조우진, 범죄오락 영화 '도굴'서 벽화 도굴 전문가役
"'기다리던 체육시간'처럼 즐거웠던 작품"
"이제훈, 스크린서 감흥까지 미리 계산"
"'보기 편한' 배우 되고파"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비유하자면 '기다리던 체육시간' 같은 작품이죠. 수업을 재밌게 듣는 편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에요. 답답하게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가 바깥 햇살을 보면서 동경하던 차에 마침 다음 시간이 체육시간인 거예요. 체육복으로 갈아입으면 기분도 가벼워지잖아요. 그렇게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느낌으로 '도굴' 현장에 나갔죠."

배우 조우진에게 이 같은 즐거움을 준 작품이 바로 영화 '도굴'이다. 이 작품은 도굴꾼들이 모여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 영화. 조우진은 이번 영화에서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 고분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역을 맡았다. 조우진이 유쾌한 에너지가 가득한 이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

"연기자로서 긴장감이나 부담감이 제로일 수는 없지만 다른 작품보단 긴장감을 덜 갖고 가면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갔어요. 이 현장이 최근 제가 참여한 작품 중에 평균 연령이 낮은, 젊은 패기로 똘똘 뭉친 현장이었어요. 하하. 그래서 좀 더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영화 '내부자들', '강철비', '국가부도의 날', '돈', '봉오동 전투' 등 굵직한 작품에서 존재감 있는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조우진. 그는 '도굴'을 통해 명랑하고 쾌활한 매력도 또 한 번 자랑한다. 익살스러운 존스 박사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낸 조우진이지만 사실 코미디 연기에 걱정이 많았던 듯하다.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시도를 해야 좋은 반응이 온다'는 초석이 없었어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죠. 그래서 더 다양하게 시도했어요. 제가 늘 강조하는 건 '첫 번째 관객이 스태프들'이라는 겁니다. 현장에서 스태프들 눈치나 반응을 많이 살폈어요. 테이크마다 다르게 표현하려고도 했죠. 편집이나 연출에 대해서는 편집기사님과 캔버스 주인인 감독님이 있기에 염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다양한 시도와 실험만이 살 길이라 생각했어요."
[TEN 인터뷰] '도굴' 조우진 "흙 맛·먼지 맛도 잊고 촬영했어요"
사실 조우진은 드라마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진지한 표정과 행동, 말투에서 오히려 웃음을 터지게 하는 게 조우진의 매력이다. 하지만 그는 "웃음 포인트는 작가님이 만들어준 거고 나는 애써 웃음을 넣으려하지 않고 진지하게만 했다"며 쑥스러워 했다. 이번 영화에서 캐릭터의 시그니처 아이템과 같은 모자를 쓰면서 반전 면모를 드러내는 첫 등장신이 특히 웃음을 터지게 했다고 하자 그는 더욱 겸손하며 '훌륭한 시나리오'에 공을 돌렸다.

"시나리오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가 다양한 연기 시도를 했을 때도 토대가 있어야 가능한 거죠. 그래서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정말 잘 받았다는 얘길 하는 거예요. 시나리오가 발판이 됐을 때 그런 과감한 시도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그 장면에서 살아서 다행이죠."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번 영화에서는 극 중 중국 지린성 고구려 고분 벽화, 선릉의 지하 공간 등 미지의 땅 속 공간을 리얼하게 담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흙과 먼지, 그리고 물이 가득했던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조우진은 "그걸 다 잊고 촬영했다"며 자신보다 고생했다는 스태프들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미술팀을 보면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어요. 배우는 연기, 몸짓으로서 보여줘야 장르적 쾌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먼지 같은 건 생각 안 했어요. 어두운 데서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조명도 많이 쓰지 않았어요. 지하나 고분, 능을 80~90%씩 제대로 구현하긴 했지만 그 공간이 넓진 않아요. 스태프들은 카메라도 들어야 하고 조명도 바꿔야 하고 미술팀은 먼지도 뿌려야 하고 배우들도 액션을 해야 해서 결코 쉽지 않았지만 다들 고생스러웠기 때문에 힘들단 걸 느끼면서 촬영할 수 없었죠."

'도굴'에서 흙 맛만 봐도 유물의 존재를 알아내는 강동구(이제훈 분)와 전 세계 고분 지도를 꿰뚫고 있는 존스 박사는 티키타카 호흡을 자랑하는 콤비다. 조우진과 이제훈은 2014년 방영된 드라마 '비밀의 문'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조우진은 이제훈의 연기 역량뿐만 아니라 됨됨이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훈 씨는 '비밀의 문'에서 사도세자로 주연이었고 저는 민초 중 한 명인데다 중간에 투입됐어요. 사실 주연들은 드라마 촬영 중반 쯤 되면 어느 정도 피로가 쌓이거든요. 제 첫 촬영이 제훈 씨와 만나는 장면이었는데 제훈 씨의 집중력에 굉장히 놀랐어요. 내가 베테랑을 만났구나 싶었죠. 이번 작품을 한다고 해서 '그 때 기억하냐'고 물어봤더니 안 그래도 자기가 먼저 그 얘길 하려고 했다더라고요. 의례적인 인사치레라면 티가 났을 텐데 아니었어요. 바르고 지적인 이미지의 제훈 씨가 제겐 신비로운 존재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능글맞은 역할을 한다길래 궁금해서 촬영 때 보기도 했죠. 스크린에 담긴 결과물은 현장에서 봤던 것보다 감흥이 더 컸어요. 제훈 씨는 그거까지 이미 설계한 게 아닐까 생각했죠."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우진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영화를 가리지 않고 활발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조우진. 그는 스스로를 더 낮추고 경계하며 겸손한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자찬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 일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또 그것이 도태의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모습도) 앞으로 더 잘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어여삐 여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었다.

"두려움은 늘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스스로에게 냉정한 잣대를 두려고 해요. 최대한 경계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준점을 높여야 원동력이 계속 생길 것 같아요. 그런 긴장감이 쌓이면 나름의 긍정적 스릴감도 생겨요.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연기가 더 재밌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즐기고 있구나 생각도 들고요. 건강한 투지와 긍정적 효과로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우진은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다가가고 싶을까. 그는 "'관객들이 보기 편한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고 했다.

"선역이든 악역이든 무게감 있는 역할이든 아니든 보기에 불편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선역이 호감, 악역이 비호감이었는데 요즘은 조커도 사랑 받는 시대잖아요. 어떤 배우가 어떻게 해내느냐, 어떤 감독이 어떻게 디렉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떻게 해야 호감형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불편하게 보지 않을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게 제겐 가장 큰 고민이에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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