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이솜·박혜수 주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10월 개봉
고아성 "친구들과 함께 성장한단 마음으로 촬영 임해"
박혜수 "실제 영어 이름 '실비아', 극 중서도 사용"
이솜 "90년대 의상 재연, 엄마 과거 사진 오마주"
배우 박혜수(왼쪽부터), 고아성, 이솜, 이종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혜수(왼쪽부터), 고아성, 이솜, 이종필 감독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90년대생 여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으로 뭉쳤다. 세 배우는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로 자신들을 억누르던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크게 외친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 입사 8년차, 업무능력은 베테랑이지만 늘 말단인 회사 토익반을 같이 듣는 세 친구가 힘을 합쳐 회사가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종필 감독과 배우 고아성, 이솜, 박혜수가 참석했다.

이 감독은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던 90년대에 기업들이 토익반을 개설했고, 말단 사원들이 토익반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90년대 초반에 페놀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배경으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문구를 삽입한 것에 대해 "굳이 그 문구를 넣은 건 어떻게 보면 그들이 잊힌 사람인 것 같아서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고아성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고아성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 감독은 "초고는 홍수영 작가님이 쓰셨다. 그 분이 실제로 90년대 모 기업에서 개설된 고졸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토익반에서 강사를 잠깐 하셨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이 영화가 질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한 번이라도 승리하는 영화를 하고 싶어서 했다"며 "영화가 글로벌 시대가 도래하던 때의 이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아마도 '글로벌'을 외치던 때 표면적으론 반짝하지만 이면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페놀사건이 떠올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극 중 사람들이 묵묵히 살아가는데 시키는 일만 이렇게 하는 게 괜찮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뭔가를 발견하고 거기서 펑 터지는 이미지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고아성은 삼진전자 생산관리3부 8년차 베테랑 사원 자영 역을 맡았다. 고아성은 "(극 중 인물들이) 직장 안에서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점, 그 진한 우정의 감정을 실제로 연기하면서 느꼈단 점, 사람이 일을 하는 게 돈을 벌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영화에 임했다"고 밝혔다.

박혜수는 삼진전자 회계부 사원이자 수학 천재 보람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 찍은 후에 실제로 성장한 것 같다. 보람의 대사 중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는 대사가 공감되고 위로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만히 있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요즘 사회는 빨리 빨리 돌아가고 모두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나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보람이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럼 재미가 없잖아'라고 극 중 본부장님이 말씀해주는 게 가벼운 것 같지만 울림이 있었다"며 "요즘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재밌게 살아보려고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솜이 1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솜이 1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솜은 마케팅부의 돌직구 사원 유나로 분했다. 이솜은 당시 스타일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스타일적으로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의상팀과 동묘시장에 갔다. 그 시대 의상도 찾고, 직접 구입하기도 했다. 지금 90년대 레트로가 유행이지 않나. 유행이 돌고 돈다는 걸 실감했다. 재밌고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갈매기 눈썹 같은 그 시대에 유행하던 메이크업 기법도 찾아봤다. 제일 영감을 받았던 건 90년대 장만옥 사진과 우리 엄마의 95년도 젊은 시절 사진이다. 헤어는 블루블랙을 고집했다"고 덧붙였다.

90년대생들인 배우들은 90년대에 대한 흥미로움도 드러냈다. 박혜수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90년대의 몰랐던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좋더라. 멋있고 힙했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사내 건강체조 같은 게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배우 박혜수가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혜수가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극 중 영어토익반을 함께 듣는 만큼 90년대 특유의 영어 공부법과 발음을 재연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솜은 "그 발음을 표현하기 위해 번역기가 읽어주는 영어도 들어봤다"고 밝혔다. 박혜수는 "극 중 영어 이름이 실비아인데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학원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그 이름이 촌스러우면서도 옛날 느낌이 나서 원래 시나리오에서 바꾸어서 그걸로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배우들은 실제 케미가 화면에 담겼다고 자랑했다. 박혜수는 "제가 생각하는 셋의 케미는 자영이 주축이 돼 사건을 가져와서 시작하면 유나가 아닌 척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그럼 보람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하다가 수학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고 촬영 전 자주 만나서 가까워지다 보니 실제로도 관계가 그렇게 형성되더라. 고아성 씨가 만나자고 하면 이솜 씨는 장소를 예약하고 저는 그냥 따라갔다. 자연스럽게 역할과 우리의 실제 모습이 가까워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촬영 때 합숙하면서 내일 어떻게 찍을지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배우 박혜수(왼쪽부터), 고아성, 이솜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혜수(왼쪽부터), 고아성, 이솜이 1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은 또래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도 털어놨다. 고아성은 "이전에도 많은 여배우들과 함께 일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또 어떤 느낌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이 현장에서만 저절로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에너제틱하고 든든하고 뭔가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당당한 애티튜드가 생겼다. 그게 영화에 담기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솜은 "여성 배우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기회가 있을까 했다. 이번에 고아성 씨, 박혜수 씨와 함께하게 돼 신났다"며 "어느 날 촬영장을 둘러보는데 스태프들, 배우들이 다 같은 얼굴이더라. '다 같은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신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혜수도 "같은 성별이고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서 끈끈함을 제대로 느꼈다. 감독님과 넷이 있으면 사총사 같았다. 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게 의미 있었다. 그 힘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재밌는 영화 좋은 영화는 '극장 1층으로 들어와서 2층으로 나가는 기분이 나는 영화라고 하더라.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반지하부터 들어오는 거 같다"며 "이 낙관적인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람을 부탁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번 달 내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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