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야구소녀'로 스크린 복귀
'프로'에 도전하는 야구선수 주수인 役
담백한 연출, 세밀한 연기 '호평'
18일 개봉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사진제공=싸이더스/KAFA
영화 '야구소녀' 포스터./ 사진제공=싸이더스/KAFA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

졸업을 앞둔 상황. 고교팀 유일한 여자 야구선수 수인(이주영 분)의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리틀 야구팀에서부터 오랜시간 함께 했던 '야구 동기' 정호(곽동연 분)는 이미 프로 팀 지명을 받은 상황. 고교 입단 당시 최고구속 134km, 볼 회전력을 강점으로 "천재 야구소녀가 등장했다"며 주목 받았던 수인을 찾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1, 2학년 후배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야구팀 훈련장에 졸업생은 수인뿐이다. '야구'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수인은 묵묵히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고, 손가락이 다 까져 피가 날 정도로 공을 던지고 또 던진다. 수인의 꿈은 프로 팀 입단이다.

그러나 모두가 비관적이다. 학교 교장, 야구팀 감독 모두 수인을 외면한다. '트라이 아웃'(일종의 테스트) 기회 조차도 없다. 수인이 여자라는 이유에서다. 집 안 분위기도 썩 좋지않다. 아빠(송영규 분)는 수년째 공인중개사에 도전 중인 수험생이다. 그 때문에 엄마(염혜란 분) 혼자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는 큰 딸이 공장에라도 들어가서 돈이나 벌어오길 바랄 뿐 프로고 뭐고 관심조차 없다. 모두가 꿈을 포기하라고 할 때, 새로운 코치 진태(이준혁 분)가 부임하고 수인에게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TEN 리뷰] 이주영의 '야구소녀' 작지만 강하며 묵직하고 뜨겁다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사진제공=싸이더스/KAFA
영화 '야구소녀' 스틸컷./ 사진제공=싸이더스/KAFA
영화 '야구소녀'는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드라마같은 역전승으로 승리해 환호하는, 그동안 흔히 봐 왔던 스포츠 장르물과는 결이 다르다. '꿈'이라는 이상과 '편견'이라는 현실 사이에 선 10대 소녀 수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백하게 담아내며 공감을 이끈다.

뿐만아니라 가장 노릇 한 번 제대로 해 보려는 아빠, 아이돌이 되기 위해 연습과 오디션을 반복하는 친구, 프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코치 등 저마다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이 수인 주변에 있다. 수인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꿈의 제인' '춘몽' '메기' 등을 통해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스타로 존재감을 알린 이주영은 화제작 '이태원 클라쓰'에 이어 '야구소녀'로 또 한 번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실제 야구선수들과 한달간 투구 연습에 매진해 제법 그럴듯한 '투구폼'을 만들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10대 소녀 주수인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수인은 모두가 포기하라고 할 때 답답하고 서러울만한데도 그 감정을 웬만해선 드러내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이주영은 뚝심 있지만 때때로 미묘하게 흔들리는 수인을 섬세한 연기로 그려내며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준혁을 비롯해 염혜란, 송영규, 곽동연, 주해은 등 조연들과 이주영의 연기합도 좋다. 인물간 갈등하고 의지하고 부딪히는 모습이 때론 재미를, 때론 감동을 안기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야구소녀'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제작한 저예산 독립영화다. 2019년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화제가 됐고, 이후 이주영은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배우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야구소녀'는 높기만 한 '현실의 벽' 앞에서도 끝까지 공을 던지는 수인처럼 작지만 강하며, 묵직하고 뜨거운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오는 18일 개봉.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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