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정직한 후보’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NEW
영화 ‘정직한 후보’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NEW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며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은 입만 열면 거짓말투성이다. 청렴하고 믿음직한 듯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분)를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작은 아파트와 고급 저택을 넘나들며 위장살림을 차린다. 4선 국회의원을 앞둔 시점에는 경쟁 후보에게 적당한 타협과 비리로 위기를 무마하기도 한다.

그 덕에 김옥희는 친구들도 만나지 못한 채 산속에 쥐 죽은 듯 살고 있다. 점점 피폐해져 가던 그는 손녀가 정신 차리고 살 수 있게 도와달라며 하늘에 기도한다. 간절함이 닿은 듯 주상숙은 밥 먹듯 하던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 남편 봉만식(윤경호 분)에게 시어머니 험담은 기본, 생방송에서 부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등 돌린 여론에 좌절하던 중 정치 전략가 이운학(송영창 분)의 도움으로 반전을 기약한다. 콘셉트는 거짓말 못 하는 정직한 후보. 과연 주상숙은 위기를 극복하고 4선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정직한 후보’ 스틸컷. /사진제공=NEW
‘정직한 후보’ 스틸컷. /사진제공=NEW
‘정직한 후보’는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주인공을 남자 대통령 후보에서 여자 국회의원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원작과 차별화를 뒀다. 이를 통해 남편, 시어머니 등 새로운 스토리 라인이 생겼다.

영화는 이중적인 정치판, 병역비리, 사학비리 등을 재치있게 풍자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담았다. 21대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 개봉하는 만큼 더욱 와닿는다.

거짓말을 못 한다는 설정은 여러 작품에서 많이 다뤄진 만큼 위험 부담이 강하다. 자칫하면 뻔한 전개로 유치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국가적 정서가 다른 작품을 국내 실정에 맞춰 바꿔야 했다. 우려와 달리 영화는 상황에 따라 펼쳐지는 배우들 간의 유쾌한 앙상블로 웃음을 쏟아냈다.

이야기의 중심을 담당한 라미란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어설픈 설정과 과장된 동작도 라미란이 하면 묘하게 설득됐다. 특히 할머니와 손녀로 호흡한 나문희와의 케미는 웃음을 넘어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라미란의 맛깔나는 코미디가 사건을 이끌었다면 김무열과 윤경호 등의 눈부신 열연이 힘을 실었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한 김무열은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을 연기했다. 그의 진지하면서도 어설픈 행동을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특히 라미란이 공식 석상에서 실수라도 할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으로 분한 윤경호는 영화 ‘완벽한 타인’ ‘내 안의 그놈’ ‘배심원들’ 등을 통해 쌓아 올린 코믹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찌질하면서도 허세 가득한 남편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라미란과 절묘한 케미를 펼쳤다.

절정에 치닫을수록 늘어지는 전개가 긴장감을 떨어뜨렸지만, 사회 문제를 꼬집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열연이 퀄리티를 높였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오는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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