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11│시규어로스 입문자들을 위한 해설
JIMFF11│시규어로스 입문자들을 위한 해설
아이슬란드에서 결성됐고, 아이슬란드 언어와 그들만의 언어 ‘희망어’로 노래하는 밴드 시규어로스는 작은 방 안에서 우리에게 우주의 끝에 있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의 잔향이 하나씩 쌓이며 우주, 구원, 평온 같은 단어들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마음을 정화하는 거대한 클라이막스로 이어진다. 추상적인 설명이지만, 그들은 정말 해설보다 직접 들으며 어떤 이미지들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MBC 에서는 ‘알래스카 특집’에서 알래스카의 광활한 설경이 등장하는 순간 시규어로스의 ‘Hoppipolla’를 선곡했다. 한국의 예능인이 알래스카의 광경을 볼 때의 기분 같은, 우리의 삶에서 느끼는 어떤 특별한 한 순간이 그들의 음악에 의해 신비롭고 거대한 드라마가 된다.

그들의 앨범 < Agaetis Byrjun >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자궁 속에 있는 생명체를 재킷으로 사용한 것처럼, 그들은 자궁으로부터 세상에 나오는 생명체의 고통과 그 뒤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환희의 과정을 전개한다. 그들이 한 때 마니악한 밴드였고, 지금은 솔로 활동을 시작한 보컬리스트 욘시가 애니메이션 의 OST에 참여할 만큼 인기를 얻게 된 건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곡의 제목조차 붙이지 않은 앨범 을 낼만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으로 보여준 이 공감각적 밴드는 그만큼 대중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에서 무엇을 체험한 사람들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시규어로스에 관한 두 편의 작품, < We endless play >와 < Go quiet >은 그런 체험을 위한 안내서다. 시규어로스가 2008년 발매한 < Med Sud I Eyrum Vid Spilum Endalaust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 We endless play >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정작 멤버들의 얼굴은 좀처럼 안 보인다. 대신 그들의 일상이 다양한 이미지로 나열되면서 끊임없이 음악이 이어진다. 그건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이렇게 들으라는 설명처럼 보인다. 그리고, 욘시는 < Go quiet >에서 방 안에 홀로 앉아 자신의 솔로 곡들을 부른다. 그러나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욘시가 방 안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거대한 환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Go quiet’한 채,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끝없이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을 보아라. 당신은 방 안에서 아이슬란드의 평원을, 우주의 끝에 있는 희망을 만날 수 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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