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키와 몸무게, 출신과 직업을 늘여놓거나 생김새를 묘사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한 번도직접 만난 적 없는 사람, 그것도 같은 언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배두나와 함께 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최근 한국을 찾은 영국 배우 짐 스터게스가 그런 경우다. 그는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부터 <21>, <웨이 백> 등까지압도적 히트작은 없었지만 오로지 매력 하나로한국 여성 팬들을 야금야금 늘려온 배우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데뷔작 캐스팅을 성사시킨 목소리부터짙은 쌍꺼풀까지 짐 스터게스의 다양한 매력을 사심으로 하나하나 해부한 보고서다. 이미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을, 아직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랑스러운 남자에게 빠지는 개미지옥 입구 가이드가 될 것이다.

짐 스터게스에게 빠지는 입구
성대가 예뻐~ in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2007)
“이렇게 노래해야 여자들이 반하죠.” 보아가 SBS <일요일이 좋다> ‘K팝 스타 2’에서 한 이 말은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주드를 연기한 짐 스터게스에게 딱 들어맞는다. 특별한 기교도 없이정직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사실 어떤 눈빛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짙은 속눈썹을 한 소년이 갑자기 한 쪽 입고리만 살짝 올리며 여자를 지그시 바라보는 남자로 돌변할 때의 눈빛 말이다. 리버풀을 떠나는 주드 때문에 속상해하는 여자 친구를 달랠 땐 절대 징징거리거나 매달리지 않되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는 건 기본이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에게 빠졌을 땐 그저 게임을 즐기듯 가벼운 목소리로 흥얼거리며 ‘썸남’의 바람직한 예가 되기도 한다. 물론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 attracts me like no other lover’라며 고백하는 그가대단한 가창력을 가진 건 아니다. Dilated Spies란 밴드 멤버로 활동하거나작사를 할 때도감미로움과는 거리가 있었지만,이상하게도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Something) 있는 듯 빠져드니 그의 목소리는 감히 목소리의 올가미! 목소리의 덫! 목소리의 감옥! 이라 할 수 있겠다.

짐 스터게스에게 빠지는 입구
뇌가 예뻐~ in <21> (2008)
조금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 중 진짜 승자는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고난 천재다. 아무리 놀아도 성적은 오르고얌전히 있는 것 같아도 할 건 다 하는 것만큼 매력적인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21>에서 MIT 학생 벤을 연기한 짐 스터게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숫자에 강한 게 아니라 엄청난 기억력을 가진 벤의 우월함은 쑥스러운 듯 웃지만 어느새 머릿속으로 카지노 카드를 카운팅 해 몇 십만 달러를 따내는 짐 스터게스의 연기로 더욱 빛났다. 실제 짐 스터게스가 미디어에 특화된 샐퍼드 대학교를 졸업했고, 음악과 퍼포먼스에 관련해 고등 1급 기술 검정 합격증(HND)을 받을 만큼 똑똑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카드 카운팅을 처음 하면서도 “긴장 했지만 하다 보니 그냥 숫자 놀이일 뿐”이라 말할 줄 아는 벤의 스마트한 매력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덤덤해 보이는 짐 스터게스의 미소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매력을 내뿜는 스마트함 하나로 여성 관객을 압도할 수 있다니 짐 스터게스, 역시 타고났다.



짐 스터게스에게 빠지는 입구
심장이 예뻐~ in <업사이드 다운> (2012)

KBS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에 강마루 송중기가 있었다면, 영화 <업사이드 다운>에는 아담을 연기한 짐 스터게스가 있다. 송중기가 그랬듯 짐 스터게스도 말도 안 된다 할지 모르는 맹목적인 사랑을 납득시켰다. 중력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세계에 사는 에덴(커스틴 던스트)과 사랑에 빠져 자신의 명석한 두뇌, 획기적인 발명품도 오로지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사용하는 아담의 순애보는에덴과 통화만 해도 입고리가 귀에 걸리는 짐 스터게스로 인해 증폭됐다. 좌심방, 좌심실, 우심방, 우심실 모두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만 뛴다 해도 믿을 정도로 에덴만 보면 아이처럼 배시시 웃는 짐 스터게스에게서 총알이 쏟아지는 국경을 넘으면서도그녀를 놓지 않는 절박함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며 도움을 청하는 이 남자의 눈물과 반대로 작용하는 중력 때문에 몸이 불에 타 들어가는 순간에도 그녀와의 카페 데이트를 마치기 위해 태연을 가장하는심장, 어느 것도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지만, 살 수 있다면 사고 싶다. 얼마면 되니? 얼마면 돼?

짐 스터게스에게 빠지는 입구
전신이 예뻐~ in <원 데이> (2012)
노는 것 좋아하고, “치마만 둘렀다 하면” 누구에게든 들이대는 남자. <원 데이>에서 짐 스터게스가 연기한 덱스터는 ‘여자 사람’ 엠마(앤 헤서웨이)를 필요할 때만 찾고 그녀 곁에 머무르진 않는다. 하지만 상심한 엠마를 헐겁게 감싸며 다독일 때의 길고 가느다란 팔이나 술을 진탕 먹고서는 새벽녘에 전화해 내가 널 아낀다며 쏟아내는 주정, “택시비를 줄 테니 당장 와서 곁에 있어달라”며 매달릴 때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힐 정도로 이 남자에겐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진상이라 욕 먹기 딱 좋은 덱스터의 모습이짐 스터게스를 만나 사랑스러운 아우라로 탈바꿈됐기 때문이다. 184cm의 큰 키와 11등신은 되어 보이는 우월한 비율 덕에 크림색 아르마니 수트는 물론 면티에 베이지색 싱글 코트라는 단출한 옷도 클래식한 패션처럼 보이게 하는데다, 늘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해 보이는 표정이나 로맨틱한 영국식 억양 등 그의 몸 전체가 없던 모성애까지 일깨우는데어찌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입으론 나쁜 놈, ‘찌질’한놈이라 욕 하다가도 짐 스터게스가 웃을 때 어느새 따라 웃고 있다고 자책하진 말자. 그런 여자들 한 둘이 아니다.



짐 스터게스에게 빠지는 입구
쌍꺼풀이 예뻐~ in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동그란 갈색 빛의 눈동자와 웃으면 자연스럽게 잡히는 눈주름 등 짐 스터게스의 눈엔 분명 다른 이에게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맡은역할 중 하나인 한국인 장혜주로 확실히 알 수 있다. 동양인으로의 완벽한 변신을 위해서 짐 스터게스는 쌍꺼풀을 없앤 채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그를 향한 깊은 애정을 시험에 들게 하기 때문이다. 갈색머리를 검고 쭉 뻗은 머리카락으로, 미간에서부터 부드럽게 휘어지던 눈썹을 뻣뻣하게다듬은 것 까지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풀 먹인 듯 펴진 눈두덩이 보이는 순간! 한 오라기의 선도 없이 멀끔해진 그의 눈 주변을 보는 순간! 쌍꺼풀이란 단지 두 개의 주름이라 생각한 날들을 반성하게 된다.쌍꺼풀 하나 없어졌을 뿐이건만 부드러운 미풍이 만져지고 속삭이는 말소리가 들리는 듯공감각적 심상을 체험하게했던 그의 얼굴이 사라졌다.짐 스터게스에게 쌍꺼풀은 매력의 핵심이었던 것. 그래서 이어색한 눈과 아이컨택 할 때마다 어쩔 수없이 외치게 된다.나의 짐은 이러치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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