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티크베어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감독, 배두나, 짐 스터게스, 앤디 워쇼스키 감독. (왼쪽부터)
톰 티크베어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감독, 배두나, 짐 스터게스, 앤디 워쇼스키 감독. (왼쪽부터)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원작소설의 여섯 개의 이야기를 조각내, 하나의 관통하는 메시지 아래 다시 이어 붙였다. 1849년부터 2321년에 이르는 500여 년 중 여섯 시점을 펼치고 이들 사이에 연결 고리를 찾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은 것이다. 옴니버스 식 구성을 다시 한 번 교차시킨 듯한 이 영화는 구성 방식만으로도 새로운 도전이고,완성된 영화에 대한 의견은 극명히 나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부에, 2144년 미래의 서울을 그린 ‘네오 서울’이 있다. 영화를 만든 톰 티크베어,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감독과손미-451 역을 맡은 배두나, 그녀의 상대역인 짐 스터게스가 영화 속 ‘네오 서울’의 원형인 서울을 찾았다. 처음으로 서울을방문한 앤디와 라나 워쇼스키는 이렇게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서울의 형제자매입니다!”



Q. 영화 속 ‘네오 서울’은 2144년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2012년의 서울을 직접 와보니 어떤가.
톰 티크베어: 굉장히 흥분된다.<클라우드 아틀라스> 속에서 서울은 중요한 무대다. 영화에서는 200년 정도 앞선 시대의 서울이 그려지는데, 서울을 사전 방문하지 않고 영화화했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영화 속 ‘네오 서울’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Q. 사전 방문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
라나 워쇼스키:미래의 서울을 상상하는데 한계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방문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전생에 내 배우자가 한국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서울을 가깝게 느낀다. 평소에도 김치를 즐겨 먹을 정도로 한국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Q. 6개의 이야기가 퍼즐처럼 엮여있는 작품인데 동명의 원작 소설을 각색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나.
앤디 워쇼스키: 꽤 쉬웠다. (웃음) 원작의 구성이 워낙 좋았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프로젝트 초반에원작을 해체 했다. 작업은 여섯 개의 스토리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 관계를 찾는 것에서 부터 시작됐다. 여섯 명의 주요 인물을 관계에 근거해 분석 했다. 영화의 초반 작업부터 후반의 편집 과정이 진행되기까지, 연결 고리들을 계속해서 새로 발견했고 이를 적용시키면서 만들어 나갔다.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네오 서울’은 차별이나 구별이 없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감독.
Q. ‘네오 서울’의 풍경을 보면 일본 혹은 중국적인 요소들이 모두 섞여 있다. 이는 세 감독들의 뇌리에 스친 서울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것인가.
라나 워쇼스키: 한국 혹은 일본적인 것이라 받아들이는 건 그걸 보는 사람이 장면과 설정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던 결과일 것 같다. 우리는 갖고 있던 관습이나 인습, 관행을 뛰어 넘어 시각적으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싶었다. ‘네오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보면 일본, 중국 뿐 아니라 앙코르와트 같은 느낌 혹은 현대적인 요소들이 모두 혼합이 되어 있다.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기보단, 영화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보면 된다. 차별이나 구별이 없는 세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Q. 톰 티크베어 감독은 극중 인물 로버트 프로비셔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직접 작곡했다. 소리를 통해 영화적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은 감독인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톰 티크베어: 그 어떤 영화를 제작하든 나에겐 음악을 통해 영화를 위한 전반적인 디자인을 하는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감독으로서 소리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참 즐거운 작업인데, 촬영 전부터 어떠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음악을 사용한다. 이는 배우에게도 중요한 도구가 된다. 배우가 맡은 인물을 분석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영화는 대부분의 촬영이 크로마키 스크린을 배경으로 진행 됐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음악으로 분위기 제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Q. 영화 작업의 절차와 방향을 생각했을 때 연출을 세 명의 감독이 함께 하고자 결정한 것이 쉽지만은 않았겠다.
톰 티크베어: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원작 소설을 우리 셋이 모두 좋아했다는 것이 함께 작업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를 들자면, 일단 우리가 감독으로서 서로에게 흠뻑 빠졌기 때문이었다. 감독들은 보통 자신의 영화에 몰두하느라 자신만의 세상에 갇히기 쉽다. 우리는 원래부터 애정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고 서로간의 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유대와 공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상태였기에 작업을 결정하고 무리없이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캐스팅 단계에서 배두나라는 한국 배우의 이름이 거론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라나 워쇼스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배두나를 처음 알게 됐다. 처음 보고서는 “와,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생각했고, 그 후에 <복수는 나의 것> 등 배두나가 출연한 영화를 거의 다 봤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영화 구상 단계에서 손미 역은 한국 사람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냈을 때 배두나가 생각났다.



Q. 영화 작업이 모두 끝난 지금, 손미 역에 배두나가 적합할 것 같다는 그 기대는 완전히 충족이 된 상태인가.
라나 워쇼스키: 배두나가 맡은 손미 역은 복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이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초인간적인 모습 또한 가진 인물이다. 아이 같이 순수하지만 혁명을 이끌기도 하는 복잡한 역할인데 그 미묘함을 잘 그려내더라. 배두나는 촬영 내내 그녀와 렌즈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손미 그 자체가 되었던 것 같다. 나약함과 강인함에 대한 연기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어떻게 나한테 이 시나리오가 올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배두나.
배두나.
Q. 배두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부터 러브콜이 왔을 때 흥분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 같다.
배두나: 처음 스크립트를 받았을 땐, 커버에 있는 세 감독의 이름만 보고 ‘어떻게 나한테 이 시나리오가 올 수 있지? 어떻게 나를 알지?’ 라고 생각했다. (웃음) 시나리오가 좀 어렵긴 했지만 은연 중에 ‘내가 하면 굉장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웃음) 늘 영화에서만 보던 배우들과 같이 작업하게 되어 정말 신기했고 행복했다. 캐스팅이 된 후에 영화에 대해서 함구해야했는데, 늘 손미 역할에 대해 자랑하고 싶었다. (웃음)



Q. 배두나는 한일 합작 영화에 출연했었고, 이번엔 또 미국 영화까지 진출하게 됐다. 각국의 작업들에 대해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배두나: 한국, 일본, 미국 영화를 다 해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각각 차이점들이 있긴 한데 그것이 국경에 따른 차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냐, 독립 영화냐에 따라 다르거나 각 영화가 갖고 있는 환경적인 요소들의 차이이거나 감독에 따른 차이다.



Q. 짐 스터게스는 배두나와 호흡을 맞추면서 어쩔 수 없는 언어 장벽으로 공감대 형성에 난항을 겪었겠다.
짐 스터게스: 언어 장벽이 물론 있긴 했지만, 그 외에 다른 것들을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기에 소통하려 노력했다. 영화를 준비 하면서 배두나가 출연한 작품을 봤는데 ‘어쩜 그렇게 인물마다 다 달리 표현할 수 있는가’ 하며 굉장히 놀랐다. 조용한 내면 뒤로 각각의 인물이 갖는 성격을 얼굴을 통해 그려내는 배우더라. 배우에게는 타고난 연기력도 있어야 하겠지만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는데 그 둘을 모두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작업 중에는 내가 배두나에게 런던과 스페인을 구경시켜줬는데, 이번엔그녀가 서울을 구경시켜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소주를 특히 기대하고 있다. (웃음)



Q.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짐 스터게스 역시 많은 인물을 연기하느라변장에 가까운 분장을 해야했다.
짐 스터게스: 아마 하나하나씩 출연 제의를 받아도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짧은 시간 안에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웃음) 메이크업 테스트를 받기 위해 벤 위쇼와 만났다. 여섯 시간의 분장 후 만났을 때 나는 한국인이 되어 있었고, 벤 위쇼는 여장을 했다. 그 상태로 자연스럽게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미의 상대역이자 액션 히어로 같은장혜주를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은 배두나와 함께 비상 탈출구를 나가는 장면이었다. 실감나게 찍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 액션을 준비하고 촬영했는데 겨우 10초 조금 넘는 분량만 나왔다. 액션은 정말 쉽지 않다. (웃음)



Q. 앤디와 라나 워쇼스키는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정지훈과도 작업했는데, 혹시 또 눈여겨보고 있는 한국 배우가 있나.
라나 워쇼스키: 일단 한국의 영화 산업은 액션, 드라마,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재미있는 영화와 뛰어난 배우들을 배출하고 있다. 엄청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배우가 있다면 한국에서 영화 작업을 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정지훈은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Physical Genius’라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다. 액션 분야에 있어 선천적으로 탁월해서 어떤 액션을 보여주면 빠르게 재현이 가능한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지금은 군대에 있는데,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Q. 전생이나 윤회같은 개념이 아시아권 관객에게는 익숙한만큼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선입견을 가진 한국 관객들에게 감독으로서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톰 티크베어: 나도 아직 이런 유형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윤회, 전생, 후생 개념을 주제로 삼긴 했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습이나 관행, 관례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기존의 익숙한 틀에 박힌 영화를 염두에두고 이 영화를 보면 힘들 것이다. 스토리나 시각적인 영상이 여러 지식과 문화, 성장 배경 등을 혼합하고 아울러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원작자가 유럽인이지만 일본인과 결혼을 해서 동양 문화에도 가까운 사람이다. 여러 문화를 혼합하고 정신적인 세계뿐만 아니라 세속적인 것까지 아우르고 있다. 영혼이 각기 다른, 시공과 인종, 성별을 뛰어 넘으면서사상적인 것을 벗어나 생물학적인, 유전적인 부분들까지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원작 자체가 여러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기대하는 익숙함과 신선함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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