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시작"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1416203547775_1.jpg" width="550" height="366" />
인성(김태우)은 영화감독이다.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이기도 하고 작은 극장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첫 연출작은 비록 “별 두 개 반”을 받았지만 새로 착수한 시나리오로 “대박”을 내기 위해 열심이다. 시간이 나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백석의 시집을 읽는다.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유정(예지원)은 간호사다. 강릉에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며 얼마 전 유부남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시간이 나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영화를 보러 서울로 떠난다.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관람지수 10.

연애 하고 싶소 강릉 가고 싶소 –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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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 좋아서 내려오는 남자와 서울이 좋아서 올라가는 여자. 이 둘이 주말마다 상대방의 집에서 머무르기로 한다. 일상의 공간인 동시에 한 개인의 취향이 집합소인 집은 그만큼 내밀한 곳.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행동인 만큼 상대에게 집을 허락한 인성과 유정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전개는 특별할 게 없다. 대신 은 남녀가 만나서 본격적인 고백을 하기 전까지를 세밀화로 그려낸다. 누군가와 관계 맺는 것을 “복잡하고 이상한 상황”으로 여기는 철벽녀와 취향에 맞는 혼자만의 공간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초식남의 연애는 쉽진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다. 늑대소년과 소녀의 사랑처럼 절절하지도 않고, 착한 남자와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로맨스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의 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발견했을 때, 좋아하는 식당에서 그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와 같은 현실의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다. 작지만 반짝였던 순간들을 모아 연애의 재료로 삼는 손길은 유머와 로맨스, 일상을 다루는 균형감과 함께 영화를 유쾌하게 만든다. 덕분에 타인의 연애담을 간지럽거나 느끼하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덩달아 연애하고 싶어지는 건 의 장점일까, 단점일까.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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