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FF10│오늘 뭘 볼까│<어이그, 저 귓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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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한숨 나는 네 남자가 있다. 최고령 귓것 하르방(문석범)은 만취상태로 등이 닿는 곳 어디든 잠을 잔다. 노래로 성공하겠다며 떠났던 용필(양정원)은 장애인이 되어 귀향했다. 딸자식 기저귀마저도 외상으로 달아놓는 뽕똘(이경준)과 막춤을 춰대는 소심한 댄서 김(김대영)은 용필에게 노래를 배우겠다고 주구장창 따라다닌다. 그야말로 귀신마저 외면하고야 만다는 ‘귓것’ 인생들이 살아가는 이곳은 바로 제주도다. 유수암 점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현무암 같은 제주도 특유의 투박함과 나른함이 공존해있다. 하지만 적당히 일어나 술 먹고 쓰러져 자는 그들의 인생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막걸리 한 사발에 타령을 부르는 귓것 하르방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맞춰 자작곡을 부르는 용필도. “인생은 멀고 먼 방랑길. 혼자서 보아야만 하는가”라니. 이 남자들, 미워할 수도 없다. 영화를 만든 오멸 감독과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제주도 토박 예술인. 오멸 감독은 현재 뽕똘을 위시로 한 두 번째 영화를 제작중이다.

글.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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