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이름은 칸>│착한 사람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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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시선,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는 기도, 등에 둘러멘 위압적인 가방. 9.11 테러로 예민해진 공항 검색대에 누가 봐도 수상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는 샅샅이 수색을 당하고 심문을 거치지만 그저 자신의 이름은 칸이고,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며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워싱턴에 가야 한다고 되뇔 뿐이다.

세련되진 않지만 촌스러워서 더 진심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어렵게 꺼낸 서툰 고백이 화려한 수사보다 더 큰 울림을 주듯 (3월 24일 개봉)은 그런 영화다. 인도에서 건너온 칸(샤룩 칸)이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개인의 아픔과 가족의 비극 나아가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상처를 보듬으려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종종 무리한 포석을 깔고,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게다가 볼리우드 영화 특유의 활기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매끄럽게 조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이슬람교도들은 모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취급받던 세상에서 칸이 편견을 뚫고 나가는 과정은 진부할지언정 가볍지 않다.
영화 <내 이름은 칸>│착한 사람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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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우드 영화에 알러지가 있거나 엉성한 전개를 참을 수 없다면
착한 사람들이 만드는 착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영화 <내 이름은 칸>│착한 사람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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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제목이 암시하듯 주인공 칸의 매력에서 대부분의 장점을 창출해낸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칸은 노란색과 날카로운 소리를 병적으로 싫어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그는 가식이나 거짓말, 인사치레 등 보통 사람들의 화법 따위는 모른다. 있는 그대로 느끼고, 보는 그대로 말하는 그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도저도 재지 않고 전력을 다해 프로포즈하고, 느리지만 결국 진심으로 주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비정상과 정상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칸은 고난 앞에서는 구도자처럼 의연하며 행복 앞에서는 아이처럼 천진하다.

칸을 공들여서 묘사한 데에 반해 이야기의 줄기들은 지나치게 엉성하게 뻗어나가지만 보는 내내 이 영화를 냉정한 수치로만 따지고 싶지 않아진다. 음모와 술수, 뒷거래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세상과 그것을 삼켜서 뱉어낸 창작물들에 대한 피로는 선의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걸 신선한 경험으로 만든다. 영화가 진부하냐 새롭냐를 떠나 그들이 결국 이뤄내는 결말을 그저 동화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다면 영화는 목표한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닐까? 결국 다른 신을 믿는 이들마저 감동시킨 칸의 선의를 긍정하고 싶다. 칸에게 어떠한 편견도 두지 않았던 이웃의 선의를 믿고 싶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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