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행복한 사람이 될 거예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의 히로코(우에노 주리)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덧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며 외친다.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에서 티켓 오픈 47초 만에 매진된 영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의 감독 기시타니 고로는 함께 부산을 찾지 못한 주연 배우 우에노 주리 대신, 그녀의 사진으로 만든 판넬을 가져와 부산에서의 일정 동안 함께 했다. 기시타니 고로는 지금까지 배우로서 보여주었던 유머러스한 모습 그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판넬 옆에 나란히 서서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다가도, 인터뷰가 시작되고 감독의 자리로 돌아오자 다시 표정을 바꾸고 영화에 대한 질문에 몇 번이나 말을 고르며 신중하게 답했다.

올해 PIFF를 찾은 일본 감독들 중에는 기시타니 고로를 비롯해 <두꺼비 기름>의 야쿠쇼 코지나 <심볼>의 마츠모토 히토시처럼 유독 배우 출신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 배우로도 출연하는 이들과는 달리, 기시타니 고로는 자신이 감독한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혹시 모른다. 돈이 떨어지면 내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게 될지도”라고 웃으며 덧붙이긴 했지만, 그는 작품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물들이는 배우와 그 바깥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바라보는 감독의 역할에 명확히 선을 긋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창작물을 지켜 볼 관객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는 기시타니 고로 안에는 연극과 영화, 방송을 넘나드는 활약에도 지치지 않고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열정이 여전히 남아있다. “행복은 남의 불행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갈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정말 맞다면, 영화 속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히로코 만큼이나 행복한 사람은 바로 기시타니 고로가 아닐까.

글. 부산=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