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은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과 개막작 상영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개막식에서 공개될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침체에 빠져있는 국내 영화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자” 코미디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여기에 꿈에라도 대통령이었으면 좋을 장동건이 이상적인 싱글 대통령으로 나온다는 희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같은 날, CGV 센텀시티 기자 시사회에서 공개된 는 쌀쌀한 해운대의 바다 바람도 녹일 만큼 따뜻한 온도의 훈풍으로 가득했다. 다음은 장진 감독과 출연배우들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영화 속 세 명의 대통령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특정 대통령을 떠올리게 되는데 모델이나 참고로 한 대통령은 없는지?
장진
: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고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서 대통령들에 대한 자료조사 같은 걸 하지 않았다. 특별히 어떤 대통령을 떠올리진 않았다. 나도 70년대생이고, 어릴 때부터 자라오면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에 익숙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멀게 느꼈지만 조금씩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지더라. 그런 얘기들을 내 영화에서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이라면 촬영 후반에 두 대통령을 잃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호탕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속상하고 슬펐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특정한 인물이 떠오른다면 10명 중 5명이 생각한 그 인물이 맞을 거다. 그렇다고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닌데, 원체 우리 대통령들에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많아서 영화가 그때 누구의 어떤 시기 같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싸우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특정한 대통령의 에피소드가 아니라고 했지만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한국의 정치상황이 많이 투영되어 있다.
장진
: 영화를 보고 나면 대통령을 소재로 했지만 정치적인 질문이 없을 줄 알았다. 특별히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를 두 가지 측면에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경험했던 정치적 상황을 이 대통령들은 이렇게 돌파한다와 영화 속에서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해쳐나가는 걸 보고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과 우리가 만나고 싶은 대통령이 저런 건데 하는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어느 부분도 현 정권 혹은 역대 어떤 정권의 행보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영화를 만들진 않았다. 그럴 거라면 영화를 통해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나가서 말해도 되는 시기니까.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하는데 한 명이 아닌 세 명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장진
: 세 명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한 명의 에피소드만으로 상업영화에서 가장 이상적인 90분에서 100분의 러닝타임을 맞추기 힘들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취임 전, 임기 중, 취임 후의 모습을 현재 임기 중인 대통령을 가운데 놓고 보여주고 싶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의 모습도 다 한 명의 사람인 것을 보여주는 그림을 만들고자 했다.

세 명의 대통령들이 겪는 세 개의 에피소드들이 우리가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장진
: 영화를 통해 불만스러운 정치권을 흔들거나 야유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너무 지겹지 않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싸우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관객들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먼저 대통령을 이해하겠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고, 슬플 수 있고, 화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가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들도 우리를 위해, 나라를 위해 다 던지고 우리 편에 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이었다.

“재밌는 영화를 찍고 난 뒤론 하루 하루가 설렌다”

영화 속 여자 대통령의 이미지와 달리 오늘의 의상과 헤어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고두심
: 대통령 역할을 했다고 해서 이렇게 펑크 스타일 못하란 법 없지 않나? (웃음) 기분 좋을 때 원래 이 머리를 잘 한다.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오늘 너무 즐겁고 좋은 일에 맞게 기분을 한껏 냈다. 맨날 몸빼만 입다가 다 벗어던지고 이렇게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아까 올라온 사진 기사에 “한껏 멋을 낸 고두심”이라고 났더라. (웃음)

극중 차지욱 대통령은 주사, 아들의 질문, 촛불시위를 두려워하는 것 세 가지로 꼽았는데, 실제 장동건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세 가지는 무엇인가?
장동건
: 늘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네티즌이다. 네티즌이 관객이기 때문이다. 또 이맘때쯤 되면 두려운 게 생기는 데, 그게 바로 기자 여러분과 평론가분들이다.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은데 지금처럼 영화가 나와서 평가받아야 할 때는 두렵다. (웃음)

고민이 많으면 불면증이 와서 자기 전에 맥주를 마셔야 한다던데 4년 만에 이 영화를 선택하기로 하면서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과 맥주를 필요로 했나?
장동건
: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선택하면서 고민은 없었고, 개인적인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느라 불면의 시간을 보냈다. 내 나이 또래 싱글들처럼. 그래서 예전에 토크쇼에 나가서 매일 자기 전에 맥주 먹고 잔다고 했더니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데 그런 건 아니고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외로움이다. 지금은 잠도 잘 자고, 재밌는 영화를 찍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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