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김남길(왼쪽), 하정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남길(왼쪽), 하정우가 2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범죄, 액션, 재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하정우와 ‘2019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 김남길이 올해 첫 번째 미스터리 영화 ‘클로젯’으로 만났다. 평소 ‘티키타카’ 환상의 유머 호흡을 자랑하는 두 배우가 영화에서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영화 ‘클로젯’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광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김남길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살짝 열린 벽장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잠을 자다 깼는데 눈앞에 벽장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고 그 때 ‘타닥’ 거리는 생활 소음까지 들려 많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하고 싶던 한국적인 이야기를 이 소재와 합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미스터리 드라마’라고 장르를 말씀 드리는 건 서양적인 소재, 한국적인 이야기의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었고 두 배우와도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자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사라진 딸을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하정우는 사라진 딸 이나를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았다. 상원의 직업은 건축설계사로, 바쁜 일 때문에 가정을 잘 돌보지 못했다. 어느 날 아내를 잃고 딸과의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를 가고, 그 집에서 딸이 사라지게 된다. 하정우는 “제가 미혼이라 딸을 가진 아버지의 심정에 대해 주변 유부남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그럼에도 제가 접근하기 쉬웠던 이유는 딸을 아내에게 맡겨두고 일에만 빠져 총각처럼 살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직접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어설프고 서툰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이 영화의 기획 단계부터 참가했다. 하정우는 김 감독에 대해 “이러한 장르에 특화돼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내가 도전해보지 못한 캐릭터, 이야기, 장르이기도 해서 작품을 만들어간다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하정우와 김 감독님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정우가 출연한 ‘용서받지 못한 자’의 감독이었던 윤종빈 감독이 ‘클로젯’을 제작했고 동시녹음 감독이었던 김광빈 감독이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하게 됐다. 하정우는 “학생 때이고 예산도 적어 스태프들이 많이 바뀌기도 했는데 김광빈 감독은 13개월간 끝까지, 군 입대 전까지 같이했다. 당시 제 차에 동시녹음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촬영했고 퇴근길에 제가 데려다줬다. 그 때 김 감독이 ‘장편 영화를 만들면 형과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적극적으로 애정을 쏟아가면서 했던 작업”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도 “하정우 선배가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시나리오를 보여드릴 때 한국에서는 많이 하지 않는 장르기도 하고 두 배우에게 어려운 도전이라 출연하실까 했는데 두 분이 한다는 얘길 듣고 놀라고 감격했다”고 말했다.

아동 실종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경훈 역의 배우 김남길. /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동 실종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경훈 역의 배우 김남길.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남길은 실종 아동을 찾는 유튜버 경훈 역을 맡았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신의 벽장을 열어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평상시에 잘 열어본다”면서 “책상의 의자를 빼놓으면 누가 앉는다고 해서 꼭 넣어두고 화장실 물 떨어지는 소리도 괜히 무서워서 닫아놓곤 했다. 저는 제 방에 거울이 달린 붙박이장이 있는데 일부러 문을 열어 놓고 ‘왜 그래’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정우와 김남길이 처음 만난 건 고현정의 팬미팅 대기실이었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는 주지훈과의 식사자리였다고 한다. 하정우는 “‘선덕여왕’에서의 이미지가 커서 (고현정 팬미팅 때는) 묵직하고 시크한, 북유럽 스타일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주지훈과 밥 먹는 자리에서는 숟가락을 들 시간이 없을 정도로 유머의 피치를 올렸다. 이런 사람이 살고 있구나 싶어 놀랐고 ‘선덕여왕’의 이미지가 처참히 깨졌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하정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고 내가 더 웃겨야겠다는 경쟁심리가 있었다. 누가 더 연기를 잘하느냐보다 누가 더 재밌게 말하느냐를 경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정우 형의 유머는 가성비가 좋다”며 “저는 말 많고 시끄러운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정우 형은 말을 많이 하지도 않으면서 한두 마디를 툭툭 던지는 게 너무 웃겼다”고 덧붙였다. 하정우는 “서로 동지, 혈맹 관계라는 느낌을 받았던 건 같은 마사지숍을 다니기 때문”이라며 “마사지 받는 시간이 같이 겹칠 때는 들어가서 인사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는) 서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데 남길이와는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클로젯’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클로젯’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하정우는 영화의 참신함을 강조했다. 극 중 공황장애에 걸린 상원이 고통 받는 장면이 있는데 하정우는 “세트 자체가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판타지적 느낌을 표현했다. 그런 아이디어로 공간을 표현했던 게 참신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거의 대부분이 채택됐다고 한다.

하정우는 대규모 블록버스터뿐만 아니라 중저예산급의 작품성 있는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 참여에 대해 “캐릭터에 더 다가설 수 있는 작업을 하길 늘 원해왔던 것 같다. ‘신과함께’ ‘백두산’ 같은 규모가 큰 영화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저도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저예산 영화로 시작했기 때문에 (대형 영화와 중저예산 영화의) 밸런스를 잘 맞춰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김남길은 “누군가는 하정우를 대형스타로만 생각하는데 작은 영화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계속 올라오셨다. 나도 열심히 하면 정우 형처럼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겼다. 조급해 하지 말고 내 연기를 하고 있으면 정우 형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번 작업을 돌아봤다. 이에 하정우는 “저는 대상을 받아보지 못했는데 대상 받은 사람이 옆에서 이런 얘길 하니까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오컬트 영화의 요소를 갖고 있으며 김남길이 구마의식을 하는 장면도 있다. 김 감독은 “민속신앙을 바탕으로 했고 특정 종교에 매달리지 말자면서 (하정우) 선배와 의식을 같이 만들었다”며 “오컬트 영화와는 다르게 사라진 아이를 두 남자가 찾아다닌다는 드라마에 주안점을 뒀다. 의식에 중점을 두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남길은 “우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보고나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하정우는 “올해는 유달리 해외 촬영이 많이 있다”며 “잘 소화해내는 것이 목표”라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김남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기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클로젯’은 오는 2월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