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창기 기자]
뮤지컬 영화 ‘캣츠’ 메인포스터.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뮤지컬 영화 ‘캣츠’ 메인포스터.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고양이 빅토리아(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분)는 영국 런던의 길거리에서 봉지에 묶인 채 버려진다. 꽁꽁 묶인 봉지를 풀고 밖으로 나온 빅토리아는 주위를 둘러싼 젤리클 고양이들에 당황한다. 젤리클 고양이들은 경계하는 빅토리아에게 다가가 자신들을 소개한다. 젤리클 고양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빅토리아는 오늘이 일년에 딱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이날 열리는 축제에서 젤리클 고양이들의 지도자 듀터러노미(주디 덴치 분)에게 선택을 받으면 새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는 말에 호기심을 가진다. 선택받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자신을 노래하는 것. 젤리클 고양이들은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한 빅토리아에게 축제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젤리클 고양이들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펼친다.

‘캣츠’는 1981년 초연 이후 30여 개 국가, 30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된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실사화한 영화다. T.S 엘리엇의 시집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과 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의기투합한 데다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이드리스 엘바,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주디 덴치 등 전세계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캣츠’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캣츠’ 스틸컷.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영화는 무대 예술의 특성상 표현에 한계가 있었던 뮤지컬과 달리 다양한 배경과 CG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탭댄스부터 스트리트 댄스, 힙합, 발레까지 다양한 안무로 구성된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웅장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이 적절히 가미된 출연진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었다. 특히 축제에 모인 젤리클 고양이들의 합창은 압도적이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등장인물과 그들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23일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톰 후퍼 감독은 “‘캣츠’는 시에서 착안해 만든 뮤지컬 작품이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노래와 춤으로 전개되는 탓에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버려진 고양이들의 절망, 오늘보다 희망찬 내일을 꿈꾸는 고양이 등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알겠으나, 뒷받침할 만한 이야기가 부족해 연결 고리가 뚝 끊어진 듯한 느낌이다 .

인물에게 쓰인 CG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사람의 얼굴에 털로 뒤덮인 고양이의 몸은 처음 영화를 맞닥뜨렸을 때 당황할 수도 있다. 두 발로 걷다가 어느 순간 네 발로 걷는 등 불분명한 설정은 난해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영화는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으로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뮤지컬 영화 ‘드림 걸스’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제니퍼 허드슨은 고향으로 온 외로운 고양이 그리자벨라의 마음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특히 가로등 앞에서 열창한 ‘Memory’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빅토리아 역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한 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는 발레와 뮤지컬을 접목해 아름다운 춤 선으로 몰입도를 높였다. 치명적인 고양이 봄발루리나를 연기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듀터러노미 역의 주디 덴치, 거스 역의 이안 맥켈런, 맥캐버티 역의 이드리스 엘바, 럼 텀 터거 역의 제이슨 데룰로 등도 다양한 표정 연기와 개성 넘치는 열창으로 극의 디테일을 살렸다.

24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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