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창기 기자]
영화 ‘수상한 이웃’ 포스터.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수상한 이웃’ 포스터.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한 아파트에 정체불명의 노숙자 태성(오지호 분)이 나타난다. 꼬질꼬질한 외모에 냄새가 날 것 같은 옷차림은 저절로 자리를 피하게 한다. 그는 남의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를 당하는 은서(손다솜 분)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일진들에게 맞고 있는 현수(영민 분)를 위해 대신 응징해 줄 정도다.

태성이 등장한 시기와 맞물려 의문의 실종사건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태성의 행동들이 수상하다. 그는 아파트단지 내 공원에서 생활하는 신세지만, 최신형 휴대폰에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이웃 사람들은 실종사건의 범인이 태성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가진다.

‘수상한 이웃’ 스틸컷.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수상한 이웃’ 스틸컷.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수상한 이웃’은 태성과 이웃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일곱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나 또래와 달리 성숙한 초등학생 은서부터 정년퇴직한 가장 영식(안지환 분), 이웃들의 싸움을 중재하기 바쁜 경비원 덕만(오광록 분)의 비밀, 일진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왕따 소년 현수, 연인 간의 스킨십으로 이별의 아픔을 겪는 민수(성모 분)와 희정(유다미 분), 시어머니가 불만인 며느리, 태성과 티격태격하는 동네 노처녀 진희(이태원 분)까지··· . 현대사회의 소통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반부에는 노숙자로 등장한 태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그의 정체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때쯤에야 정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보는 내내 답답하다. 캐릭터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잔잔한 웃음을 자아내지만 치질에 걸린 태성의 엉덩이에 현수가 머리를 박는 모습, 운동 중인 현수 앞에 난데없이 등장한 여자 아이 등은 억지스럽다.

우연히 만난 영식과 성모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었고, 또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었다는 등 짜맞춘 듯한 인물 관계도 극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엇보다 태성이 아파트 공원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자신의 집처럼 이용하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져 공감을 방해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조연 배우들의 이야기도 다소 뜬금없다.

말미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태성을 뒤로 하고 이웃들의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그러던 중 태성이 툭 튀어나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게 어색하고 갑작스럽다.
사회적 이슈를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보려는 기획의도는 좋았으나 산만한 구성과 전개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에피소드를 줄이고 주제를 명확히 한 뒤에 이야기를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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