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부산 김지원 기자]
전양준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배우 사말 예슬리모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 리사 타케바 감독,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3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전양준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배우 사말 예슬리모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 리사 타케바 감독,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3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카자흐스탄·일본 합작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하 ‘말도둑들’)로 막을 올렸다. 드넓은 초원과 청명한 하늘, 대지를 달리는 말 등 아름다운 자연과 가장을 잃은 가족, 타의에 의해 해체된 가족의 이야기가 서글프게 어우러진다. 부산영화제에서 뉴 커런츠 상을 받은 바 있는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사말 예슬라모바가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끈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말도둑들’ 기자회견이 열렸다.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 리사 타케바 감독과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모리야마 미라이가 참석했고, 전양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이 영화는 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자가 말을 팔기 위해 장터로 갔다가 말도둑에게 살해 당한 후 남겨진 아내와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전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에 대해 “드넓은 중앙아시아 초원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삶의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와이드스크린, 롱 쇼트의 미학을 활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과 악의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걸 보여준다”며 “매우 절제된 표현과 감정, 그리고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 스틸.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 스틸.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이 일본의 리사 타케바 감독과 공동 연출했다.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리사 타케바 감독과는 칸영화제에서 만났다. 이 작품에 대해 얘기를 꺼냈더니 리사 타케바 감독이 흥미를 보였다. 그 후 자신의 프로듀서에게 이 영화에 대해 전했고 공동연출을 위해 스카이프로 소통했다. 그 결과가 이 작품으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두나무’로 뉴 커런츠상을 받았다. 그는 “이 작업을 하는 데 뉴 커런츠 상을 받은 영향이 있었고 또한 그 후 작업의 원동력이 됐다”며 “다양한 관점을 가진 관객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해에 초청해 주셔서 영광스럽다. 평소 한국영화를 좋아한다”고 영화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일본과 카자흐스탄의 서로 다른 작업 환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준비를 거듭하며 치밀하게 하는 작업을 선호하는데 카자흐스탄은 현장에서 수시로 상황이 바뀌는 스타일이었다. 유목 민족의 경이로움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배우에게는 내가 디렉션하고 카자흐스탄 배우에게는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이 하는 걸로 정해놓고 시작했다. 현장에서 혼돈은 있었다. 저는 모니터 앞에서 이야기들의 연결성을 객관적으로 보는 작업을 주로 했다. 배우로도 활동한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은 배우들과 가까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즐겨했다”며 “엄밀히 역할 분담을 했다기보다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서 작업해나갔다”고 설명했다.

남편을 잃은 아이굴을 연기한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리모바.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남편을 잃은 아이굴을 연기한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리모바.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남편을 잃은 아이굴을 연기한 사말 예슬라모바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영화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아이카’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번 영화의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느냐는 물음에 “연기 스타일은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감독님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남편을 잃은 아이굴을 찾아온 카이란 역을 맡은 일본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남편을 잃은 아이굴을 찾아온 카이란 역을 맡은 일본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부산=조준원 기자 wizard333@
모리야마 미라이는 남편을 잃은 아이굴에게 찾아온 의문의 사내 카이란을 연기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서 지냈던 2~3주는 보물과 같은 시간이었다. 이 작업이 이렇게 평가 받고 부산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또한 “카자흐스탄어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부해 나갔다”며 “대본 그대로 암기했고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는 전혀 하지 못했다. 언어에 대해서는 대본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카이란이라는 캐릭터의 숨겨진 사연에 대해 “소련이 붕괴되기 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트럭 운전 조수를 하다가 살인죄 누명을 쓰게 돼 시베리아의 감옥에 투옥된다. 그의 가족은 살기 위해 또 다른 가족을 꾸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사회적 상황 등에 의해 가족이 해체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이굴은 카이란에게 “왜 돌아왔느냐”고 묻는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카이란에 대해 “일본계 카자흐스탄인인지, 어떤 이유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왔는지에 대해 촬영 전에는 얘기를 많이 나눴으나, 시대나 인물의 배경 등에 대해 영화에는 정보가 담겨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절제된 표정과 동작들, 무심히 내뱉는 대사들에서 미세하지만 오히려 선명하게 카자흐스탄의 힘과 대지의 따뜻한 기운이 전면에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심플하고 절제된 언어는 마치 서사시를 본 것 같은 느낌, 신화를 읽은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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