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아이 엠 마더’ 포스터/사진제공=퍼스트런
영화 ‘아이 엠 마더’ 포스터/사진제공=퍼스트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무참하게 살해한 범인이 법의 허점과 부패한 공권력의 힘을 이용해 무죄로 풀려나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2008년 ‘테이큰’으로 잔혹한 아빠 복수극을 보여준 피에르 모렐 감독이 이번에는 가족을 잃은 엄마의 복수극 ‘아이 엠 마더’(원제 ‘Peppermint’)를 연출했다. 모렐 감독은 ‘아이 엠 마더’를 통해 이 잔인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다정하고 여성스러운 라일리(제니퍼 가너)는 눈앞에서 남편과 딸이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그녀는 정확하게 살인자들을 짚어냈지만, 부패한 판사는 그들을 풀어주고 라일리는 오히려 정신병자로 몰려 감금될 위기에 처한다. 5년 뒤, 강인한 여전사가 돼 돌아온 라일리는 자신만의 복수를 시작한다. 잔인한 복수극이라는 소재에서 상상 가능한 통쾌함 대신, 감독은 딸을 위한 복수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엄마의 변화에 시선을 맞춘다. 그래서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이 그녀에게 동화한다. 모렐 감독은 평범한 엄마가 여전사가 될 수밖에 없는 과정 속에 심각한 드라마와 경쾌한 복수극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면서 자칫 여성 히어로 영화로 가벼워지는 순간을 경계한다.

영화 ‘아이 엠 마더’ 스틸/사진제공=퍼스트런
영화 ‘아이 엠 마더’ 스틸/사진제공=퍼스트런
복수의 대상과 경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되기 때문에 라일리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살아간다. 철저한 복수극에 집중하기 위해, 라일리 이외의 인물들과 소소한 에피소드는 최대한 배제하고 라일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라일리는 몸과 머리를 동시에 쓰면서 나비처럼 가벼운 몸과 기지로 적들을 제압한다. 무조건 찾아가 죽이고 보는 남성적 복수와 달리 라일리는 신중하게, 정성을 다해 복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틈틈이 버림받고 학대받는 아이들의 수호천사가 돼 준다. 이때 카메라의 시선은 여전히 라일리가 지닌 ‘모성’의 따뜻함과 그 포용력을 응원하듯이 바라본다. 이것은 동시에 관객의 시선이 된다.

공권력을 무시한 사적 복수의 영화에는 늘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복수를 하는 사람은 과거에 명백한 피해자였지만 현재는 법망 안에서 명백한 가해자라는 사실이다. 자식을 잃은 엄마의 복수는 통쾌하게 끝날 수가 없다. 이미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에게 행복한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의 복수극은 어떤 법적인 옹호나 변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결말은 꽤나 씁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진심은 법을 떠나 마음으로 그녀를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엔딩장면을 통해 드러낸다. 사실 모성을 덧씌우는 과정에서 ‘아이 엠 마더’는 억지스러운 설정도 있다. 그래서 누구나 예측 가능한 전개와 결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엄마라는 이름만으로도 묵직하고 뭉클해지는 정서가 그 틈새를 메워준다.

최재훈(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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