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김윤석(왼쪽)과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윤석(왼쪽)과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쫓고 쫓기는 형사와 살인범의 화려한 액션이 있는 범죄 수사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그의 말을 믿고 끝까지 범죄를 밝히려는 형사의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수사 심리극이다. 부산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 현실성까지 더했다. 영화 ‘암수살인’이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암수살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김태균 감독과 배우 김윤석, 주지훈이 참석했다.

암수범죄(暗數犯罪)란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이 모르거나, 알았더라도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건을 말한다. 김태균 감독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암수범죄에 대한 개념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암수살인’에 대해 “제목 그대로 암수살인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며 “한국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루는 소재”라고 소개했다.

배우 김윤석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윤석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 감독은 2012년 늦가을 시사다큐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수감 중인) 살인범은 11번의 살인을 했으니 더 밝혀보라고 도발하고, 형사는 피의자의 말을 입증해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러니에 봉착해 있다”며 “스핑크스 앞에 선 오이디푸스가 연상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프로그램을 보고) 다음날 부산으로 무작정 취재를 갔다. 실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를 찾아가 ‘형사님의 진정성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취재를 통해서 트리트먼트를 썼고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 그 후 6년 동안 이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김윤석은 살인범의 자백을 믿고 암수살인을 쫓는 형사 김형민을 맡았다.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완성됐기 때문에 장르적 과장보다는 리얼리티의 밀도가 탄탄했고 독특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윤석은 그 동안 영화 ‘1987’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등을 통해 여러 번 형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영화 속 김형민 형사의 모습이 가장 바람직한 형사의 모습이라서 끌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의 사건 접근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며 “피해자에 초점을 두고 수사해가는 모습이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속에 진실과 거짓이 퍼즐처럼 숨겨져 있다”며 극 중 김형민 형사가 고군분투한다고 설명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주지훈.  /조준원 기자 wizard333@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주지훈. /조준원 기자 wizard333@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강태오 역을 맡았다. 주지훈은 강태오에 대해 “나쁜 놈의 전형”이라며 “범죄를 고백하는 것도 자기 이득을 위한 것이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다”고 소개했다.

주지훈은 “후배로서 어릴 때부터 (김윤석)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먼저 캐스팅된 김윤석이 영화 출연을 결심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김윤석에 대해 “버팀목이 돼 주셨다”며 “부산 사투리도 워낙 능통하시니까 섬세하게 (대사를) 잡아주셨다. 현장에서 선배님과 마주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긴장감도 느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주지훈은 살인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노메이크업으로 촬영하고 삭발을 감행했다. 삭발은 원래 계획했지만 갑작스럽게 첫 촬영장에서 이뤄졌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그 때 생각하면 주지훈에게 미안하다”며 “촬영 전 머릿속에 영화 속 장면들을 만들고 잡아간다. 그런데 (촬영해보니) 저희가 계산했던 (강태오의) 모습이 화면에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다. 지훈 씨와 촬영 감독, 주변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시간여의 회의를 통해 주지훈의 삭발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삭발을 하고 난 주지훈에 대해서는 “관념적으로 머릿속에 구상했던 태오가 아니라 실제 태오가 나타난 느낌이었다”고 했다.

김윤석(왼쪽부터), 김태균 감독,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윤석(왼쪽부터), 김태균 감독, 주지훈이 28일 오전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암수살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주지훈은 부산 사투리 때문에 고충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산 말이 외국어와 마찬가지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현장에서도 한 시간 미리 와서 리허설을 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윤석은 주지훈의 사투리 연기에 “100점 만점을 두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두 사람의 연기를 ‘용호상박’이라고 표현했다. “김윤석은 호랑이의 눈빛을 갖고 있고, 주지훈은 건들거리면서 능글맞게 웃는 모습이 한 마리의 용 같았다”며 “접견실에서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이 특히 ‘용호상박’의 느낌이었다”고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자신의 본분을 지켜낸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정화되고 돌아간다”며 “이 영화가 형사와 살인범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사회에 전반적으로 투영되고 해석돼 확장되길 바란다”며 말했다.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초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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