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탠저린’ 스틸
영화 ‘탠저린’ 스틸
영화 ‘탠저린’은 트랜스젠더인 신디(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가 바람난 남자친구 체스터(제임스 랜스)와 관련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절친 알렉산드라(마이아 테일러)와 함께 LA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소동을 그린 영화다.

막 출소한 신디는 자신의 애인이 ‘진짜’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듣고 분노한다. 알렉산드라는 “막장 드라마는 안 돼”라고 했지만 신디는 ‘알파벳 D’라는 단서 하나로 온 동네를 뒤진다. 소문의 주인공인 다이나(미키 오하간)를 찾아내고는 그의 머리채를 잡고 이번엔 체스터를 찾아 나선다.

신디가 발 빠르게 동네를 휘젓는 동안 알렉산드라는 저녁에 있을 자신의 공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길거리 성 매매도 일상처럼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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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은 신디의 하루를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디의 존재감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구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신디는 바쁘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알렉산드라의 공연을 보며 감동하기도 하고, 다이나와 약을 나눠 피며 묘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신디는 존재 자체로 영화의 재미 요소다.

더운 크리스마스이브, 트랜스젠더 성매매를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라즈믹(카렌 카라굴리안), 숙박업소에 모여 집단 성매매를 즐기는 사람들… 일반적이지 않은 그림이지만 이들에겐 일상이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신디와 알렉산드라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영화 제목인 ‘탠저린’처럼 오렌지색이 영화의 주조 색으로 사용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팝아트적인 느낌을 배가하며 영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영화 말미 문제적 인물들은 동네 도넛 가게에 모인다. 제 할 말만 하는 이들의 불협화음은 더운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더욱 화끈하게 달군다.

신디, 알렉산드라를 연기한 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 마이아 테일러는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실제 트랜스젠더다. 이들은 자신의 실제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영화 제작 전반에 열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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