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리얼’ 포스터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리얼’ 포스터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탄생했다. 서로 자신이 ‘진짜’라고 말하는 두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 제작 코스픽쳐스)이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은 다소 불친절하다. 이야기의 핵심을 찾기가 어려워 자주 고개를 옆으로 꺾이게 한다. 이사랑 감독은 “익숙한 장르와 스토리에서 벗어난 신선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톤으로 만들었다”고 밝혔지만 과연 관객들에게도 이 같은 연출의도가 제대로 전달될지 의문이 든다.

시작부터 휘황찬란하다. 단호한 걸음걸이의 한 남자와 그를 감싸는 빛나는 빛은 영화 상영 내내 보여줄 화려한 미장센을 예고한다. 영화는 ‘시에스타’라는 카지노 오픈을 앞둔 야심 가득한 조직의 보스 장태영(김수현)이 신경정신과 박사 최진기(이성민)에게 해리성 인격장애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 모습이 시작한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인격인 르포 작가가 살고 있다.

심리치료 이후 인격이 사라졌지만, 이젠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김수현)이 나타난다. 카지노 소유권을 주장하며 나타난 조원근(성동일)에게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자신의 ‘짝퉁’같은 투자자가 꺼림칙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와 손을 잡는다. 이후 투자자는 장태영의 모든 걸 카피하고 심지어 연인 송유화(최진리)에게까지 손을 뻗친다. 서로가 “내가 진짜야”라고 외치는 두 장태영의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리얼’은 개봉이 오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영화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촬영했다. 그러나 감독 교체, 후반 작업 등 여러 내홍을 겪으면서 1년여 만에 개봉을 확정했다. 이정섭 감독에서 교체된 감독이 ‘리얼’ 제작사 대표이자 김수현의 이종사촌인 이사랑 감독이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최진리(설리)의 파격적인 노출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는 공개가 되기도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리얼’은 여러 가지 의미로 그 내용물이 더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리얼’ 스틸컷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리얼’ 스틸컷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리얼’은 주인공들의 노출과 선정적인 장면 그리고 마약 등 청소년 관람불가답게 꽤나 높은 수위를 보여준다. 두 명의 장태영은 마약으로 인해 혹은 어떠한 기억으로 인해 환각과 몽롱한 기분 속에 환상과 망각을 오간다. 불안한 심리 상태와 위험한 경계를 지닌 두 명의 장태영은 레드, 블루 등 다채로운 컬러로 완성된 미장센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느낌을 안긴다.

‘리얼’을 단순히 액션 느와르 장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액션보다는 장태영의 분열된 자아의 싸움과 진정한 나의 모습과 믿음, 허구를 오가며 다양한 철학을 담으려는 시도를 여러 군데서 읽을 수 있다. 다만 거기서 더 나아가질 못하는 느낌이다. 스타일리쉬함을 절대로 놓지 못하겠다는 연출자의 강렬한 의지와 난해한 주제 의식이 어울리지 못한다.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이야기는 산만하다.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 때문에 내용을 따라잡기도 쉽지 않다.

물론 연출자는 이런 의구심을 오히려 의도했다고 말했다. 이사랑 감독은 “두 주인공은 뭔가가 되고 싶다. ‘워너비’, ‘리얼’, ‘진짜’가 되기를 갈망하고 강렬하게 열망한다. 그런데 두 주인공이 되고 싶을 걸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더라. 사람들에게 어떤 정답을 보여주기보다는 반대로 ‘당신이 진짜로 믿는 건 뭐예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진짜가 되고 싶지만, 그 진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고 작품이 전하고자하는 진짜 메시지를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러닝타임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28일 개봉.

‘리얼’ 스틸컷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리얼’ 스틸컷 / 사진=코브픽쳐스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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