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마라. 운명이다… (중략)”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벗이자 정치적 동료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유서를 담담하게 읽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늘 지갑에 넣고 다닌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눈시울을 붉혔다. “머릿속에서 늘 유서를 생각했구나 하는 마음에 아프다.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고 말한 그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지난 23일 서거 8주기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스크린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의 모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이 ‘사람’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이 그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 제작 영화사 풀)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4번의 낙선 이력을 지닌 지지율 꼴지 후보인 노무현이 한 달 만에 대선후보 1위로 올라서는 과정뿐만 아니라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지사, 이화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자정보원) 요원, 문재인 대통령, 운전기사 노수현 씨, 부림사건 고문 피해자 고호석 씨,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 등 그와 함께한 39명의 인터뷰도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그 어느 영화보다 긴박하고, 박진감 넘친다. 긴장과 웃음, 눈물이 혼재돼있다. 굴곡 있는 인생을 살아온 노 전 대통령의 삶이 주는 울림은 깊고 넓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렸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그는 ‘동서화합’,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며 당선이 확실시됐던 서울 종로구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다. 모든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선택에 의아해했다.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그는 허태열 후보에게 패했다. 바보라고 불렸을지언정 사람들은 그런 노무현에게 끌렸다.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다. 뭔가 해주고 싶은 분이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했다.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제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당시 그의 지지율은 2%였다. 군소 후보였다. 아무도 그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대세’ 이인제 후보를 물리치고 기적처럼 역전했다. 그의 승리에는 ‘노사모’가 있었다. 그들은 노무현 후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제주를 시작으로 16개 도시의 경선을 함께 하며 열정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원도 경선 전야 “노무현은 빨갱이”라는 스티커가 붙자 밤새 그걸 제거했다. 영화 속 노사모의 모습은 “그 당시 노풍은 태풍이었다”는 말이 절로 실감된다.

유난히도 솔직하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진실 되게 다가온다. “노무현입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길거리 사라들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16대 총선에서 패배한 뒤 오열하는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겪은 일보다 더 참담한 일들을 다 겪고 산다”고 위로한다. 그렇다고 노 전 대통령을 영웅화시키지 않는다.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은 ‘가방끈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자신을 무시해 화를 내기도 했다. 눈물도 많은 남자였다. ‘노 대통령이 (보수)언론과 야당에 조금 졌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은 그의 불같은 성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사람’ 노무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이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유시민 작가는 아직 우리 사회가 노무현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현실을 말한다. “떠나보내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다.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다. 노무현에 대한 애도가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 잡혀질 때라고 본다.”

‘노무현입니다’는 지난 25일 개봉했다. 러닝타임 109분. 12세 관람가.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노무현입니다’ 스틸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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