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아티스트’ 포스터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아티스트’ 포스터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위대한 예술가는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한 작품 당 몇 십억을 호가하는 작품의 가치는 누가 매기는 걸까?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감독 김경원)는 현시대의 ‘예술의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물음을 던진다. 예술가로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고됨과 위대한 예술가를 만들어내는 장사꾼과 사기꾼의 모습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버무렸다. 아티스트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고찰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티스트에 녹아든 류현경과 박정민의 열연이 극의 재미를 더한다.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자부하는 한 여자가 있다. 지젤이라는 필명의 오인숙(류현경)은 면접관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한다. “저는 예술가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결국 남은 건 장사꾼과 사기꾼, 그리고 쓰레기들과 양아치들밖에 없습니다. 전 오인숙만의 신념으로 꿋꿋이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이다. 물론 상상 속의 일이지만 오인숙은 ‘가짜’가 넘치는 세상 속에서 ‘진짜’를 꿈꾸는 아티스트다.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덴마크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돌아온 지젤은 첫 국내 전시회를 여리 위해 갤러리를 찾지만 거절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타고난 눈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갤러리 대표 재범(박정민)과 만나게 된다. 작품을 가치를 발견한 재범은 지젤의 첫 전시회를 준비한다. 지젤은 소소한 성공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그 순간 지젤의 심장이 멎어버린다. 업계는 데뷔와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진 지젤의 작품을 주목하고 ‘유작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로 지젤의 그림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지젤을 등단시킨 재범의 인생도 탄타대로에 놓일 무렵, 기적처럼 지젤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예술을 하고 싶은 지젤과 위대한 예술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부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아티스트 재범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위트 있게 그린다. 통통 튀는 유머와 발칙한 대사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객석에서는 시종일관 웃음이 터져나온다.

지젤은 “난 예술가”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은 그를 그저 ‘아티스트병’에 걸린 사람 취급한다. 그러나 죽고 나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 받는다. 다시 살아난 지젤은 이러한 상황이 당혹스럽다. 대한민국 최고의 아티스트 중식(이순재)에게 “선생님 그림 과대평가 된 거 알고 있죠?”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지젤은 이제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걸 보게 된다.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갤러리 대표 재범과 그의 조력자 제임스(문종원)는 곧바로 죽은 지젤을 위대한 아티스트로 만들어 낸다. 두 사람은 ‘아티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지젤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 부모님의 학대와 어린 시절의 강간, 종교로 인한 회개 등 지젤에게 드라미틱한 사연을 씌우는 그들이 모습은 헛웃음을 유발한다.

김경원 감독은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그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시장의 논리에 반기를 들었다. 본질이나 진짜를 묻는 다소 철학적인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담아낸 점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다만 오인숙이 예술가자로서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느낌은 아쉽게 다가온다. 독특하고 신선한 극 전개가 전형적인 결말로 끝맺게 된다.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아티스트’ 스틸컷 / 사진=콘텐츠판다 제공
영화 ‘동주’로 현재 충무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박정민은 타고난 ‘눈’으로 예술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재범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류현경은 전생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신은 아티스트라고 말하는 무명화가 지젤 역을 영민하게 연기했다. 두 배우의 시너지는 영화를 한껏 맛깔나게 살려낸다.

오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6분.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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