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포스터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몇 년 전, 전 세계의 상당한 애독자들이 못내 아팠을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동화 작가 모리스 센닥의 부고 기사였다. 그의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면 주인공 맥스는 엄마에게 혼쭐이 나 괴물 나라로 가서 왕까지 되지만 머나먼 세계에서 흘러드는 엄마표 맛있는 냄새에 귀환을 결심한다. 필자 역시 모리스 센닥표 글 냄새, 그림 냄새에 취해 그의 책을 찾고, 읽고, 찾고, 또 읽고, 신작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기에 그의 죽음은 참 시렸다.

글과 그림을 아우르는 그의 상상력은 참 거침이 없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좀 더 말하자면, 맥스가 괴물 나라에서 저녁밥이 기다리는 자기 방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마침표를 찍는데 에필로그가 기가 막힌 작품이다.

‘저녁밥은 아직도 따뜻했어.’

마지막 두 페이지에는 이 문구만 덩그러니 놓인 채 온통 흰 여백이다. 저녁밥에 해당하는 특정 음식이 아니라, 앞서 소리로만 존재했던 엄마의 출현이 아니란 말이다. 모리스 센닥은 그렇게 독자로 하여금 그 여백을 각자의 상상으로 채우며 엔딩을 꿈꾸게 해주었다. 그만의 가슴 뭉클한 상상력이다.

최근에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를 보고 있으려니 문득 모리스 센닥이 떠올랐다. 우디 앨런 역시 글 즉 시나리오와 그림 즉 연출을 아우르는 사람이 아니던가. ‘카페 소사이어티’는 달달함이 뚝뚝 떨어지는 포스터와 달리 인생에 대한 영화였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그간 현대적인 외모라 생각했던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했다. 뉴욕 남자 바비와 할리우드 여자 보니의 끝끝내 닿지 않는 사랑은 결국 그들의 선택이었다. 그 선택은 사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의 아련한 눈빛에서는 삶의 회환이 느껴진다.

몇몇 대사들은 극장을 나서면서도 입에서 읊조리게 됐다. 오래 전 셰익스피어의 희곡집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 웅얼웅얼했던 어느 날처럼.

아직도 글 그림을 겸하는 백발의 노장 우디 앨런의 따뜻한 신작을 기다려본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의를 맡고 있다.]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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