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UPI 코리아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UPI 코리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시리즈와 판타지 장르 마니아를 위한 종합선물세트가 나타났다. 바로 오늘(9일) 개봉한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하 ‘워크래프트’)'(감독 던칸 존스)다. 1994년 출시된 게임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을 배경으로 한 ‘워크래프트’는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영화다.

실제 워크래프트 게임의 ‘덕후’라는 던칸 존스 감독은 원작을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해냈다. 실사화 돼 전장을 누비는 오크족을 보면 디테일에 집중한 감독의 ‘덕후력’을 엿볼 수 있다. 감독은 평균 키가 200cm가 넘고 몸무게도 약 227kg에 달하는 오크족을 생동감있게 구현해내기 위해 일반 모션 캡처에 ‘퍼포먼스 캡처’를 도입했다고 한다. 오크족을 맡은 배우들의 얼굴에서 5인치 떨어진 위치에 소형 카메라를 매달고 촬영한 것. 이로써 배우들은 오크 연기를 즉각 수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인간족을 맡은 배우들과도 함께 촬영을 진행하며 어색함이 생길 수 있는 틈새를 차단했다.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스틸컷 / 사진제공=UPI 코리아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스틸컷 / 사진제공=UPI 코리아
보다 완벽한 오크가 되기 위한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배우들은 안무가 테리 노터리가 이끄는 ‘오크 트레이닝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는 체조 선수 출신이자 태양의 서커스에서 공연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각 종족과 캐릭터들의 움직임, 버릇, 시그너처 행동들을 고안했다. 실제로 오크족을 캐스팅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생한 오크 연기는 이 연구의 결과물이다.

인간족과 오크족의 전쟁 장면 또한 압도적이다. 영화는 원작에서 오크족과 얼라이언스의 1차 대전쟁을 배경으로 삼았다. 오크족이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종족이 연합을 이루고 살아가는 아제로스 행성에 침공하면서 오크족과 인간족은 여러 번의 싸움을 겨루게 된다. 거대한 아제로스 대륙을 수많은 오크족과 인간족들이 가로지르는 광경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원작에 대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오크족과 ‘스톰윈드’의 무기를 만든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인다. 인간족이 대형을 이루고 군단을 배치하며 싸우는 모습은 실제 게임을 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환상적으로 구현해 낸 원작 게임의 명소들 또한 판타지 장르 마니아들에게도 흡족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오크족과 인간족이 처음 맞붙는 ‘엘윈숲’이나 아제로스 행성의 천공을 떠 다니는 성들의 비주얼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볼거리 중 하나다. 수호자 ‘메디브’가 거주하는 카라잔 타워 내부에 위치한 원형 도서관 또한 백미다. 책장을 가득 채우는 3,000개의 중세시대 두루마리 문서와 책들부터 나선형 계단까지 직접 제작한 노고가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감독은 기본을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위트를 가미해 재미를 선사했다. ‘반인반오크’인 ‘가로나'(폴라 패튼)는 머리 스타일이 바뀌었고, 외형도 보다 인간에 가깝게 변형됐다. 고혹적인 혼혈오크로 변신한 가로나와 아제로스를 지키는 군대의 총사령관 ‘안두인 로서'(트래비스 핌멜)과의 로맨스도 그 중 하나다. 둘의 멜로는 자칫 지루하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가 유연하게 전개될 수 있도록 힘을 발휘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작의 스토리와 비주얼을 충실하게 구현해내는 데만 몰두했다는 인상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주얼은 나무랄 데 없이 압도적이고 화려한 볼거리는 가득하지만, 스토리 상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다루기 때문에 팬이 아닌 일반 관객이라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너무나 정직하기만 한 스토리 전개는 러닝 타임 122분이 유독 길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후속작에서는 좀 더 쫄깃하고 탄탄해져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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