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사진=영화 ‘특별수사’ 포스터
사진=영화 ‘특별수사’ 포스터
“세상이 이렇게 막장인 건 정말 유감인데, 도와달라는 얘긴 하지 마. 나랑 상관없는 얘기니까” 이 이야기는 영화를 준비 중이었던 권종관 감독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그리고 그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이하 특별수사)’를 내놨다. 권 감독이 이야기하는 ‘특별수사’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영화 ‘특별수사’는 딸과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택시기사 권순태(김상호)가 ‘재벌가 며느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사형수가 되며 시작한다. 순태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정의로운 형사로 신문에 난 최필재(김명민)에게 편지 한 통을 쓰게 되고, 뭔가 냄새를 맡은 필재는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

주먹질이 난무하는 범죄극에도 불구하고 ‘특별수사’의 인물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한때 모범 경찰이었던 필재(김명민)는 돈에 눈이 멀어 변호사 판수(성동일)의 사무실에서 브로커로 활동한다. 과거 자신이 수갑을 채웠던 범죄자들의 손에 명함을 쥐여주면서도 죄책감은 없다.

우연한 기회로 사형수 순태(김상호)의 억울함이 담긴 편지를 읽게 되고 그를 도와주는 듯하지만, 그 조차 자신의 복수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필재의 모습은 세계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영웅보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그가 관계없는 동현(김향기)를 만나고 마음의 변화를 겪으며, 결국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악의 존재 역시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사님(김영애)은 자신이 저지르는 악행이 나쁜 것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절대 악이다. 극중 여사님은 눈엣가시인 며느리를 청부살해하고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앞세운다. 그는 사회사업을 진행하며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정작 어린아이의 머리 한 번 쓰다듬을 줄 모르는 인성을 가졌다. 또 자신이 세운 기업이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으로 뭉쳐있으니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눈에 거슬리는 것은 볼 수가 없다. 그에게 살인은 큰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죄 없는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세우고, 후에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이를 묵과했던 ‘약촌 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2002년 사위의 외도를 의심해 그의 사촌 여동생을 잔인하게 청부살해한 ‘여대생 청부 살인사건’, 최근 ‘강남 묻지 마 살인사건’까지.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건들이 현실이 된 지금, ‘특별수사’ 여사님의 목을 죄어오는 극한의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할 것이다.

영화 ‘특별수사’ / 사진=영화 ‘특별수사’ 스틸컷
영화 ‘특별수사’ / 사진=영화 ‘특별수사’ 스틸컷
특별한 이야기

‘특별수사’는 선과 악의 대결보다 인물들의 관계와 변화에 중점을 둔다. 영화 ‘베테랑’이나 ‘검사외전’ 등 기존 수사극이나 범죄극은 주로 극명한 선과 악의 대조가 극의 큰 흐름을 차지했고, 그 사이에 코미디적인 요소나 드라마적 요소들이 가미되곤 했다. 이런 점에서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특별수사’는 특별하다.

물론 필재가 마음의 변화를 갖게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하지만 그가 돈도 되지 않는 사건에 열정이 아니라 묘사하기 힘든 어떤 감정으로 개입하게 되는 과정은 악에 통쾌한 복수의 주먹을 날리는 것보다 더 짜릿하다. 특히 필재는 영화 후반부 처음 마주하게 된 낯선 이에게 가슴을 내어주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영화는 다양한 관계를 보여준다. 순태는 차라리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자살을 하라고 말하는 교도관에 “무죄가 인정되면 뭐, 내 딸은 어떻게 살라고”라며 울부짖는다. 딸 동현이는 사형수 아빠가 부끄러워 면회 한 번 가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필재에 “미안해서”라고 고백한다. 시종일관 순태를 감시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던 교도관 역시 진실된 순태의 눈빛에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특별할 것 없는 인물들의 향연, 독특한 포커스, 거기에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일까지 더해졌다. 영화 ‘특별수사’가 의외의 3박자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영화는 오는 16일 개봉.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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