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송중기?류준열-김수현
송중기?류준열-김수현
“송중기로 인해 국내외 팬 방문, 이어질 것”(영화 ‘군함도’ 촬영을 앞둔 춘천시)

“류준열 분량을 슬로우모션으로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로봇,소리’ 이호재 감독)

“김수현 분량을 더 많이 찍어둘 걸 후회했다.”(‘도둑들’ 최동훈 감독)

인생은 타이밍이다? 영화 캐스팅 역시, 타이밍이다. 배우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안목. 그러한 감독의 선견지명은 때로 예상치 못한 ‘잭팟’을 터뜨리기도 한다.

#송중기 ‘군함도’, 제복판타지여 다시 한 번

캐스팅의 기막힌 타이밍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바로 ‘군함도’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군함도’는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가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인기를 얻기 전에 출연을 확정한 작품으로, 영화는 드라마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무엇보다 ‘군함도’는 아직 프로젝트 시작 단계. 송중기 카드를 더 다양하게 매만질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실제로 충무로에서는 ‘태양의 후예’ 인기를 타고, 극중 송중기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중기
송중기

이 영화에서 송중기는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독립군 박무영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제복 판타지’에 불을 지필 심산이다. 황정민, 소지섭과의 호흡도 기대를 더하는 부분이다.

‘군함도’ 영화 촬영지인 춘천시 또한 신바람이 났다. 송중기로 인해 춘천이 대표적인 한류 관광지인 ‘제2의 남이섬’(2002년 ‘겨울연가’ 촬영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상승하는 분위기다. 특히 ‘태양의 후예’가 중국 본토에서 핵폭탄급 흥행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군함도’는 중국 개봉에도 유리한 자리를 선점했다. ‘송중기발’ 후폭풍이 몰고 올 위력은 얼마나 될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송중기를 미리 낙점한 류승완 감독의 최근 심정이 사뭇 궁금하다. 류승완 감독은 캐스팅도 역시 베테랑!

#류준열, 충무로도 응답했다

류준열은 아마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최대 수혜자다. 그런 류준열에서 파생된 충무로 수혜자들이 꽤 된다. ‘응답하라 1988’ 제작진보다 류준열을 먼저 알아보고, 촬영까지 마친 영화들. ‘응답하라 1988’이 끝났을 때, 당장 대기 중인 류준열의 영화는 ‘로봇,소리’부터 ‘섬. 사라진 사람들’ ‘글로리 데이’까지 무려 세 편이었다. 류준열 출연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이들은 홍보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렸다. 배급사들 역시 뜻하지 않은 류준열 효과에 어깨춤을 췄을 터.

하지만 이들 세 영화들도 류준열의 출연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로봇,소리’의 경우 류준열의 등장신은 단 한 번. “류준열 출연 장면을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도 했다”는 이호재 감독의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을 게다.

류준열 영화
류준열 영화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 1988’ 인기에 가장 크게 응답받은 영화는 ‘글로리데이’다. ‘로봇,소리’ ‘섬. 사라진 사람들’과 달리 ‘글로리데이’는 류준열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그의 매력을 스크린에서 보다 오래 음미할 수 있다. 류준열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너무 좋은 영화들이 여러 이유로 세상에 못 나온다거나 주목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로 인해 ‘글로리데이’가 힘을 받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 ‘도둑들’ 김수현, 마음을 훔치다

‘도둑들’은 캐스팅 선견지명의 효시격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 캐스팅 당시 떠오르던 신인 김수현을 ‘헐값’에 캐스팅, 촬영까지 마쳤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김수현이 스타덤에 오르기 전이었다. 영화 개봉 즈음의 김수현은 ‘도둑들’ 촬영 때의 김수현이 아니었다. 몸값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많은 충무로 시나리오가 김수현을 향했고, 그가 가는 곳마다 팬들의 비명소리가 뒤따랐다.

가뜩이나 김윤석·이정재·김혜수·전지현 등 멀티 캐스팅으로 주목 받았던 ‘도둑들’은 김수현이 몰고 온 열기까지 더해져 뜨겁다 못해 펄펄 끓어올랐다. 아쉬운 점이라면, 김수현이 맡은 신출내기 도둑 잠파노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 줄타기 전문 도둑 예니콜(전지현)을 짝사랑하는 잠파노는 전지현의 매력을 빛내주는 조연급 캐릭터로, 급기야 영화 중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김수현
김수현

이에 ‘도둑들’ 제작보고회 당시 최동훈 감독은 “영화 촬영이 끝난 후 김수현 씨가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인기 절정에 올랐다”며 “수현 씨가 잘 돼서 매우 기뻤는데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현 씨 분량을 더 많이 찍어둘걸’ 후회했다”고 털어 놓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촬영분량이 어느 정도 편집이 된 반면 김수현은 촬영분량 대부분은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개봉했으니, 모든 게 김수현 덕은 아니었겠지만, 영화는 거짓말처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실제로 영화 개봉 당시, 극장에서는 김수현이 등장하는 장면 장면에서 여성 관객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극중 김수현은 전지현의 데뷔 후 첫 키스 상대로 나무랄 데 없을 만큼 박력 넘쳤고, 때론 섹시했고 때론 순정이 넘쳤다. 곤룡포를 벗고 드러낸 반전 팔근육은 관객을 향한 일종의 보너스! 김수현 효과는 ‘도둑들’ 곳곳에서 결실을 맺었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영화-드라마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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