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이번 추석은 주말과 대체 휴일을 포함하면 6일부터 10일까지 장장 5일에 이른다. ‘방콕족(族)’들에게 가장 만만한건, 역시 추석 특집 영화다. 언제나 그렇듯 재탕 영화들이 다수 눈에 띈다. 하지만 신작영화들도 즐비하다. 영화와 함께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어보자.

◆6일(토) 관상이냐, 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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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지라(漁夫之利)’라 표현하면 그럴까. 드라마 ‘왕의 얼굴’을 둘러싸고 KBS와 갈등을 빚고 있는 논란과 화제의 영화 ‘관상’이 SBS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이슈는 KBS가 만들고 실속은 SBS가 챙기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인만큼 예비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등이 출연한 팩션 사극 ‘관상’은 개봉 당시 913만 관객을 동원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조선시대 천재 관상가(송강호)에 대한 얘기다. 개봉 당시 전국의 점집과 사주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이 있다.

앞서 SBS는 남자무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박수무당’을 추석특선으로 내보냈다. 잘나가던 건달이 사고로 무당이 돼 낮에는 박수무당, 밤에는 건달이 되는 내용을 담은 코믹영화다. 관상이냐, 점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7일(일) 울어라, 웃어라, 영화는 감정의 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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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가, 박수무당에 이어 이번엔 만신이다. 세계가 인정한 굿의 천재 만신 김금화 김금화의 일생과 한국의 토속적 민간신앙 문화를 담은 영화 ‘만신’이 KBS1에서 오전 12시 15분에 전파를 탄다. 신기를 타고난 아이(김새론)에서 신내림을 받은 17세 소녀(류현경), 그리고 모진 세월을 거쳐 최고의 만신이 된 여인(문소리)까지, 김금화로 분한 세 배우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박찬욱 감독 동생으로 잘 알려진 미술감독 출신 박찬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후 11시 15분 SBS에서는 ‘조두순 사건’을 다룬 영화 ‘소원’이 방영된다. 사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다소 무거운 소재의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추석이라고 웃는 영화만 보란 법 있나. 영화의 순기능 중 하나가 감정의 배설이다.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준다.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소원’은 여기에 적합한 영화다. 비슷한 시간 EBS에서도 이준익 감독의 작품 ‘라디오 스타’가 방영된다. 이준익의 날인가 하노라.

◆8일(화) 추석당일, 올 추석 다크호스는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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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푸짐한 상차림을 준비한 방송사는 단연 EBS다. 앞서 ‘여인의 향기’ ‘맘마미아’를 보여주더니 추석 당일에도 실속 높은 영화들을 준비했다. 먼저 우는 아이를 그치게 한다는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오후 5시 15분에 방영된다. 연휴 기간 아이들에게 시달린 엄마아빠들에게 구세주 같은 영화다. 뽀로로에 아이들을 맡기고 잠시 휴식을 취해보자.

밤에는 강동원의 ‘전우치’가 전파를 탄다. 추석 연휴 극장에게 개봉중인 강동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과 콥보세트로 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강동원은 사랑이어라.

KBS는 지난 추석에 이어 다시 한 번 ‘늑대소년’을 출격시킨다. 한마디로 재탕이다. 하지만 전국 할머니 어머니 누님 여동생들의 마음을 훔치는 송중기이니 재탕이면 어떠하리. 낮에는 ‘전국노래자랑’에 찾아간다. 송해의 ‘전국노래자랑’과 혼동해선 안 된다. 이경규가 2007년 차태현 주연으로 흥행한 ‘복면달호’ 이후 6년 만에 새롭게 제작한 영화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사랑받은 유연석이 이 영화에 나오는 건 아는지. 배우가 뜨면, 영화도 다시 평가되는 법이다. 유연석의 모습에 주목해 보길.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 시대다. ‘전국노래자랑’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상격(?)이라면, SBS가 준비한 ‘마이 리틀 히어로’는 아예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룬다. 역시 음주가무에 능한 민족이어라

MBC는 추석 당일에야 처음으로 특선영화를 내보낸다. 영화보다 예능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고심 끝에 선택한 영화는 장혁 수애 주연의 ‘감기’다. 추석과 그다지 어울리는 소재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핵심은 가족애와 인류애다. 감기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감기’를 보며 따뜻한 정을 느껴 보시라.

◆9일(화) 빨간 날이 지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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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서 빨간 날이 지워져 간다. 내일부터 출근해야 한다는 기막힌 현실에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지만, 명절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도 있다. 전국의 며느리들이 대표적이다.

연휴동안 남편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사람이라면 설경구 문소리의 ‘스파이’에 감정이입을 할 게 자명하다. 아이를 낳지 못해 시댁의 구박을 받고, 출장을 핑계로 외박을 일삼는 남편(설경구)에게 바가지를 긁어대는 여자 영희(문소리)의 일탈에 박수를 보내게 될 수도.

KBS는 신상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준비했다. 하정우의 원맨쇼, 상상만 해도 흐믓하다. 정우성의 ‘잘생김’을 감상하고 싶다면 채널을 EBS로 돌려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오후 10시 50분 방영된다. 최근 포털 검색어 오르내리는 이병헌도 볼 수 있다.

◆10일(수) 대체휴무제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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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의 특징은 처음으로 도입된 대체휴무제다. 추석 전날인 9월 7일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연휴 이후 첫 번째 비공휴일인 10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됐다. 회사 대표의 재량에 따라(?) 수요일에도 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방송 3사들도 수요일이 시작하는 이른 새벽, 대작들을 준비했다.

이날 또 한명의 ‘잘생김’ 이정재를 볼 수 있다.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에도 성공한 ‘도둑들’이 SBS 전파를 탄다. 지난 추석에 SBS에서 상영된바 있는 영화다. SBS가 ‘도둑들’로 ‘뽕을 뽑는 구나’ 싶다. ‘도둑들’의 배우들만큼이나 비싼 몸값을 자랑했던 고릴라 링링이 출연한 ‘미스터 고’도 찾아온다. 극장에서의 흥행실패로 상처받은 자존심이 TV 시청률로 회복될지 지켜보자. KBS는 따뜻한 가족영화로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한다. 류승룡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을 추석 선물로 준비했다. 연휴에 적역인 영화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편집. 윤소희 인턴기자 sohee81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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