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찌라시
자신을 믿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여배우의 성공을 위해 달려온 매니저 우곤(김강우). 어느 날 증권가 찌라시로 인해 대형 스캔들이 터지고, 이에 휘말린 우곤의 여배우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에 직접 찌라시의 최초 유포자를 찾아 나선 우곤은 찌라시 유통업자 박사장(정진영), 불법 도청계의 레전드 백문(고창석) 등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곤은 박사장, 백문과 함께 찌라시의 근원과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추격한다. 15세 관람가, 20일 개봉.

황성운 : 자극적인 소재를 장르적으로 풀어내 재미와 호기심을 모두 잡았다 ∥ 관람지수 7
정시우 : 소재를 풀어내는 솜씨는 좋으나, 그 본질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은 무디다 ∥ 관람지수 6


황성운 : 참 자극적이다. 증권가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와 여배우의 죽음, 안 봐도 빤히 속이 들여다보인다. 적어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끄는 그저 그런 영화라고. 그 편견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찌라시의 제작과 유통 과정 그리고 실체까지 흥미롭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여배우의 죽음이란 사건으로 시작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흐름까지 연결되는 과정도 깔끔하다. 빠른 전개는 호기심 가득한 소재와 맞물려 강한 흡인력을 만들었다. 영화를 보기 전 예상하지 못했던 장르적 쾌감까지 더해졌다.

사실 궁금한 소재다. 찌라시를 제작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기자들도 궁금한 건 매한가지다. 증권가 찌라시를 접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은밀하게 속삭이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게 바로 찌라시다. 사실도 있지만, 거짓도 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왜 찌라시를 제작하고 유통하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영화 속 내용이 100% 사실이라고 확답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다. 제작 유통 과정에 있어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고, 음모와 조작이 이뤄진다. 그리고 권력 깊숙한 곳까지 연관돼 있다. 영화 ‘찌라시’는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취재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짓을 하는지 그리고 ‘정부 위의 정부’의 존재에 대해서도 나름 타당한 근거를 들이댔다. 정말 그럴싸하다. 여배우와 국회의원의 스캔들을 자신들이 원하는 시점에 터트리는 것도 흥미롭다.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연예인의 가십을 이용해 큰 사건을 덮는다’는 인터넷 댓글, 뭔가 익숙한 그림이다.

무엇보다 빠른 전개가 매력적이다. 속도감을 위해 포기할 건 확실히 포기했다. 때문에 인물 간 관계가 약간 헐겁지만, 몰입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또 고속으로 달리는 전개 속에 적절한 액션과 긴장, 약간의 코믹을 버무렸다. 김강우를 비롯해 정진영, 박원상, 고창석 등 출연진의 호흡과 연기도 안정적이다.
찌라시
찌라시


정시우: ‘암호를 입력하십시오!’

비밀번호 6자리를 입력하자 e메일로 전송된 파일이 열린다. 한 줄로 요악한 제목과 함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정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보는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사설가 정보지로 알려지는, 일명 ‘찌라시’다.

SNS 등을 통해 정보가 바이러스처럼 순식간에 퍼지는 시대에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소문이다. 누군가의 술자리에서 비밀스럽게 나온 얘기가 한 시간 후 전 국민의 식사 자리에서 안주거리로 오르내린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시시덕거리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누군가는 모든 걸 잃는다. 가해자(아마도 우리 모두)도 있고 피해자도 있지만, 확실한 책임자는 없는 상황.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찌라시는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그것이 궁금한 이들에게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은 어느 정도의 해답지가 될 수 있다. 감독이 3년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덕분에 찌라시의 제조와 유통과정 등이 기대 이상으로 디테일하게 소개돼 있다. 일단 찌라시에도 구독료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것도 고액의 구독료가. 주구독자는 대기업 전략기획실, 증권가 애널리스트, 국회의원 보좌관, 연예기획사 대표 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맨’들은 점심시간 중국집에서 혹은 퇴근 후 고급 룸살롱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해설자의 목소리를 빌어 빠르게 풀어내며 속도감을 더한다.

김광식 감독은 찌라시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전달할 만한 직업군이 누구일까를 생각했을 것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보일러룸’ ‘월 스트리트’와 같은 증권 관련 범죄 드라마의 느낌이 강할 테고, 국회의원 보좌관을 내세웠다면 정치드라마 적인 느낌이 강할 터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목표는 사회고발이 아니다. 대중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 그것이 영화 ‘찌라시’가 지향하는 바, 그래서 영화가 중심에 세운 이는 연예인 매니저다. 매니저 우곤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여배우 미진이 정치인과의 스캔들이 담긴 찌라시로 목숨을 잃자 유포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면서 정재계의 거물과 엮이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는 장르적으로 음모론을 취한다.

찌라시라는 소재자체는 흥미롭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의해 누군가가 희생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나 많은 음모론 영화들이 써 먹어 온 서사다. 그렇다면 ‘찌라시’의 관건은 소재가 지닌 신선함을 익숙한 이야기 안에서 얼마나 보존해내는가 인데, 여기에서 이 영화가 좋다/나쁘다를 말하기 애매해지는 부분이 발생한다. 찌라시 소재를 풀어내는 솜씨는 좋으나, 그 본질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은 무디기 때문이다. (우곤이 미진을 죽인 가해자들을 향해)“왜, 미진이야?” 라고 심각하게 반문하지만 상황을 포장하는 영화적 클리셰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건이든 캐릭터든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이 있고, 미끼를 던지며 관객을 유도하는 솜씨가 좋아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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