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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홍성 일대를 접수한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은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또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은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영숙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들 사이에 청순가련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가 등장하면서 일대 변화를 가져온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혈기 왕성한 피 끓는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았다.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황성운: 이종석, 박보영 등 배우들의 반전 매력은 흥미롭다. 강력한 한방은 아쉽다. ∥ 관람지수 6
정시우: ‘관상’ ‘노브레싱’의 이종석과 ‘피끓는 청춘’의 이종석은 마치 다른 사람 같다. ∥ 관람지수 7

황성운 : ‘피끓는 청춘’은 이야기 자체보다 각각의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특히 캐스팅부터가 기존 이미지와 전혀 다른 ‘반전’이다. 일진으로 분해 폭력을 휘두르는 박보영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던가. 또 목덜미를 덮은 파스가 박보영 캐릭터를 설명한다. 여러 명의 ‘똘마니’를 거느리고 등장할 때엔 제법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이종석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여자를 넘어뜨릴 수 있는 전설적인 카사노바다. 참, 이종석은 극 중 고등학생이다. 그의 현란한 손놀림과 말솜씨에 넘어간 여학생이 한 둘이 아니다. 누나 팬을 죄다 모았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찾아볼 수 없으니 놀라지 말길 바란다. 두 배우의 예상치 못한 모습은 ‘피끓는 청춘’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다.

다른 배우들도 각기 다른 인물을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들춰낸다. 김영광은 거칠고 험악한 인상을 내세웠다. 포악함이 가득한 얼굴과 행동이 이번 영화에서 그가 내세운 이미지다. 이세영과 박보영이 펼치는 화장실 격투신(?)은 꽤 흥미로운 장면이다. 김희원과 라미란의 앙상블도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다. 이처럼 모든 인물들에 각기 다른 매력 포인트를 주면서 풍성함을 확보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든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의 충청도 홍성. 그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가 맛깔스럽다. ‘피끓는 청춘’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앞으로 영화 속 충청도 사투리의 사용 빈도가 증가할 것 같다. 또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들도 인상적이다. 당시 최고의 데이트 장소인 빵집을 비롯해 나팔바지, 당시 영화 포스터 등 곳곳에 ‘추억’이 묻어 있다. 통학열차와 농촌 풍경 등도 이야기와 적절하게 잘 어울렸다.

각각의 캐릭터를 엮어줄 이야기는 허술한 편이다. 여러 인물을 내세웠고,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 사연들이 한데 모이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다. 영화의 중심인 중길과 영숙의 사연마저도 탄탄하게 구축하지 못했다. 김영광, 이세영 등은 중반 이후부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또 이야기의 중심도 박보영과 이종석 사이에서 흔들린다. 분명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아쉬운 이야기는 강력한 한방의 부재를 남겼다.

‘피끓는 청춘’ 스틸
‘피끓는 청춘’ 스틸
‘피끓는 청춘’ 스틸

정시우 : 80년대를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숨통을 조였던 나날로 각인된 이들에게 80년대는 ‘변호인’ ‘화려한 휴가’ ‘오래된 정원’의 시대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80년대는 촌스럽지만 소박한 향수 가득한 추억의 시대다. 이런 기억에서 태생한 영화로는 ‘몽정기’ ‘해적 디스크 왕 되다’ ‘품행 제로’ ‘써니’가 있다.

전자가 폭약, 고문, 불온도서, 계엄령 같은 집단적 기억을 환기시킨다면, 후자는 수백 번 고쳐 쓴 연애편지, 디스코가 흐르는 롤러장, 정감어린 빵집, 아날로그 향취 머금은 통기타와 같은 개인의 추억에 인사를 한다. ‘피끓는 청춘’은 두 기억 중에서 후자와 혈족관계에 있는 영화다. 이미 많은 영화들이 써 먹은 80년대 코드들을 업어왔지만, 충청도라는 특유의 지역색이 더해지면서 식상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피끓는 청춘’은 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영화 속 청춘들은 저마다 피가 끓어오르는 사연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 각자의 사연이 깊이 있게 묘사되지 못하고 나열에 그친다.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조연들이 많음에도 기능적으로 소모된 면이 없지 않다. 중길(이종석)과 영숙(박보영)의 숨겨진 사연을 반전처럼 설정해 놓고 그에 맞춰 사건을 짜다보니 이야기 운신의 폭이 좁아져 버린 인상도 든다. 무엇보다 펼쳐놓은 사건을 황금하게 마무리한 탓에 캐릭터의 심리 변화에 동조가 안 된다.

플롯을 촘촘하게 구축하지 못할 거였다면, 차라리 아기자기한 상황이나 캐릭터에 더 힘을 쏟으면 어땠을까 싶다. 실제로 자전거 헤드라이트로 흠모하는 여학생의 앞길을 밝혀주는 ‘낭만성’이나, 폐병 걸린 소녀라는 상투적 요소를 노골적으로 비틀어버리는 ‘위트’가 상당한데 이러한 부분을 키웠더라면 영화가 조금 더 풍요롭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스럽게도 영화에는 여러 단점을 상쇄시키는 강력한 한 방이 있다. 이종석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다.

‘관상’ ‘노브레싱’의 이종석과 ‘피끓는 청춘’의 이종석은 마치 다른 사람 같다. ‘관상’에서의 이종석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였다. ‘노브레싱’에서는 장점으로 평가받는 달달한 면모를 너무 대놓고 극대화 한 탓에 오히려 매력이 반감돼 보였다. 이종석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관상’과 ‘노브레싱’은 스타와 배우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내는 결과물이었다. 그런 이종석이 ‘피끓는 청춘’으로 반전의 연기를 안길 줄 누가 알았을까. 찌질함과 허세와 트라우마 입은 캐릭터를 몸 사리지 않고 표현해 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종석의 진짜가 이거였단 생각이 든다.

89년 서울태생인 이종석에게 80년대 충청도는 낯설겠지만, 5대 5로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과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하고 있는 탓에 별다른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오빠들의 연기라면 뭐든 좋을’ 이종석 팬들뿐 아니라, 이종석의 연기에 색안경을 끼고 있을 관객의 마음을 녹이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피끓는 청춘’은 명백히 이종석의 영화다. 그리고 연기 욕심이 상당한 이종석의 피끓는 청춘에 대한 기록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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