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3, 개막작 '바라:축복' 낯선 문화를 무서워하지 마라
‘바라:축복’은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과 자기 희생, 역경의 삶을 이겨나가는 여인의 강한 의지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힌두 신에게 자신을 바친 사원의 바라타나티암 무희 데바다시인 어머니에게 춤을 배우는 처녀 릴라는 조각가를 꿈꾸는 청년 샴을 위해 모델이 되어주며 둘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들은 마을 촌장 수바에게 발각되고 릴라는 결국 가족과 샴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게 된다.

10. 익숙한 이야기로 접해 보는 낯선 문화.∥관람지수 6 / 영상미지수 7 / 개막지수 7

영화 ‘바라: 축복’ 스틸 이미지
영화 ‘바라: 축복’ 스틸 이미지
영화 ‘바라: 축복’ 스틸 이미지

당장 비행기 표를 끊고 싶다. 영화 ‘바라: 축복’를 보고 나니 인도 여행이 정말 가고 싶어 졌다. 영화의 영상과 전체적은 분위기는 몽환적이고 아름답다. 영화 속에 쏙 빨려 들어갈 만큼 영화는 인도의 요소들을 진하고 매혹적으로 그렸다. 짙은 눈 화장, 색깔이 강렬한 사리(인도 전통 옷), 꽃으로 단장한 길고 윤기 넘치는 머릿결, 나의 영혼을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신의 눈 빛을 보며 매료된다. 무엇보다 인도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은 새롭고 신기한 광경이라 눈이 간다. 또한 대상을 훔쳐보는 듯한 촬영 방법은 영화 속으로 관객을 더 빨아드린다. 흐릿하고 푸른 톤의 보일 듯 말듯한 장면들은 몰래 관찰하는 재미를 더 높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계속 보게 되고 다음 장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게 만든다.

새로운 문화를 접한다는 건 불편한 경험이다. 우리는 새로운 나라를 가면 그들과 나의 차이점을 발견하며 문화 충격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는 나에게 익숙한 문화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 이 영화는 적절하다. 릴라의 일상은 말 그대로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이다. 누구나 알고 많이 들어 봤던 이야기 속에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인도의 요소들을 집어 넣었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 체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영화가 힌디어가 아닌 영어인 이유도 그렇다. 어느 한 문화와 지역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이 영화의 체험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를 유도한다.

영화의 기본적인 흐름은 신분을 뛰어 넘는 멜로다. 사랑하지만 신분의 격차 때문에 이루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다. 릴라와 샴의 ‘풋풋한’ 사랑이나 남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사랑’을 나누는 모습 등은 작은 미소를 짓게 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등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조금은 낯선 인도의 전통춤과 문화가 가득하지만 이처럼 보편적인 사랑의 테마만큼은 매우 익숙하고, 공감을 만든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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