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영화관]〈마이 라띠마〉, 감독 유지태의 실력 좀 보자구요.
포스터." />영화 <마이 라띠마> 포스터.

‘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제결혼을 했지만 결국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한 태국 이주민 마이 라띠마(박지수). 가족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벼랑 끝에 내몰린 수영(배수빈). 두 사람은 같은 상처를 공유하며 위태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되고, ‘희망’을 품고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녹록치 않다. 삶에 지친 수영은 영진(소유진)을 만나 또 다른 세계에 빠져들고, 그럴수록 마이 라띠마의 삶은 더욱 비참해 진다. 청소년 관람불가, 6일 개봉.

10. 유지태 영화 맞습니다. 이번엔 감독입니다.
<마이 라띠마>는 배우 유지태의 감독 데뷔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박중훈, 하정우 등 최근 인기 배우들의 감독 데뷔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 여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혔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유지태는 <자전거 소년> <나도 모르게> 등 단편영화 연출을 통해 ‘감독’으로서 꾸준히 역량을 키워왔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감독적인 역량이 충분히 드러났다.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을 엮어가는 솜씨가 탁월했다. 수영과 라띠마는 떨어져 있어도 사랑의 감정을 충분히 전했고, 라띠마와 영진은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결국은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이었다. 이들이 나누는 사랑, 생각보다 처연하다. 또 두드러지진 않지만 사랑의 변주 속에 국제결혼에 대한 현실도 틈틈이 드러내려 애썼다.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 마이 라띠마 역의 박지수, 태국 사람 아니라 한국 사람 맞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엔 유지태의 감독 데뷔에 관심이 쏠렸다면, 보고 난 후에는 신인 배우 박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 만들어낸 태국 이주민 마이 라띠마는 놀랄 정도다. 한국 배우란 것을 알고 보는데도 ‘태국 배우 아냐’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까무잡잡한 피부 등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어눌한 한국말과 능숙한 태국어, 여기에 이주 여성의 내면까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연기력을 자랑했다. ‘올해의 신인’으로 불릴 만하다. 박지수의 활약이 너무 도드라져 묻힌 감이 있지만 배수빈과 소유진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소유진의 매력, 상당히 인상적이다.

10. 저예산 영화라고 다 어렵고, 고루하지 않습니다.
<마이 라띠마>는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이게 곧 어려운 영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대중적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어렵지 않고, 주인공들의 감정도 또렷하다. 그리고 사랑이야기인 동시에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상영관을 찾아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겠지만 여느 상업영화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재미’는 물음표다. 극 중 인물에 온전히 감정을 이입하긴 다소 힘들다. 각 인물의 히스토리도 부족한 편이고, 전형적인 캐릭터 구축에 머무르고 있다. 당연히 화려한 볼거리도 없다. 그리고 결말은 뜬금없다. 유지태 감독은 “명감독들의 성장영화를 보면 열린 결말이 많고, 성장 영화인데 뭔가 규정짓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중들에겐 ‘불친절’한 방식임은 분명하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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