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퍼시픽 림〉, 깜짝놀랄 규모에 '압도' 당했다.
포스터." />영화 <퍼시픽 림> 포스터.

2025년,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난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 곳은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포탈이었고, 여기서 엄청난 크기의 외계괴물 ‘카이주’가 나타난다. 카이주는 일본 전역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등 지구 곳곳을 파괴한다. 이에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인류 최대의위기에 맞서기 위한 지구연합군인 ‘범태평양연합방어군’을 결성, 각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로봇 예거를 창조한다. 카이주와 예거의 대결, 물론 예상 가능하지만 어쨌든 그 승부의 결과는 영화 <퍼시픽 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10. 압도적인 규모에 압도당했다. 규모가 주는 재미만으로도 관람 추천!!! ∥ 관람지수 - 7 / 로봇지수 - 7 / 대결지수 – 7

[프리뷰]〈퍼시픽 림〉, 깜짝놀랄 규모에 &#039;압도&#039; 당했다.
스틸 이미지." />영화 <퍼시픽 림> 스틸 이미지.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로부터 위협받는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 이 정도로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봐왔고, 특별히 새로운 게 없는 닳고 닳은 소재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꺼내드는 이유는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만들고, 보여지느냐에 따라 전해지는 재미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퍼시픽 림>은 굉장히 ‘좋은 예’에 해당한다. 보여지는 것 만큼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세우게 된다. 영화의 엄청난 규모를 보고 있으면 압도당하는 것을 넘어 영화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초거대 로봇 등장, 사이즈에 전율하라’는 홍보 카피, 100% 자신할 만하다.

우선 규모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 <퍼시픽 림>의 가장 큰 볼거리는 예거와 카이주의 대결이다. 독일어로 사냥꾼이란 뜻의 예거는 25층 빌딩 높이를 자랑한다. 카이주 역시 예거와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크기와 규모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트랜스포머> 속 로봇의 크기도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예거(카이주도 마찬가지)가 등장하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깜짝 놀라게 된다. 단 한 대의 예거만으로도, 아니 예거의 한 부분만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압도적인 규모감을 표현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자 선택이었고, 이는 대중들에게 제대로 먹힐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디자인과 대결 방식도 흥미롭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기 보다 오히려 클래식한 느낌이 가득하다. <리얼스틸>에서 휴잭맨과 함께 하는 ‘고철’ 로봇 파이터에 가깝다. 그리고 전투를 벌이는 주요 예거 네 대는 미국의 집시 데인저, 중국의 크림슨 타이푼, 러시아의 체르노 알파, 호주의 스트라이커 유레카. 각 국가의 특징을 드러내는 디자인과 색상 등으로 디테일을 가미했다. 또 최첨단 무기를 쓰는 대신 주로 주먹 다짐, 육탄전이다. 예거와 카이주의 대결, 사각링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이종격투기 경기를 관람하는 듯하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곳곳의 설정도 눈여겨 볼 만하다. <퍼시픽 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그리고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내용이다. 당연히 미국식 영웅주의가 들어가기 마련. 가령 마지막 대결이 있기 직전 멋드러지고 감동적인 연설을 하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나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구를 구하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을 지닌 미국인 등이 등장하는 장면, 많이들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퍼시픽 림>은 그런 지점에서 다소 빗겨 있다. 예거를 중심으로 한 부대는 미국으로부터 ‘버림’ 받은 존재다. 스스로 ‘레지스탕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이 싸우는 장소, 이들이 지키는 곳과 사람들도 미국이 아니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 작품이란 점을 생각하면 제법 흥미로운 모습이다.

일본 배우 키쿠치 린코가 연기한 마코의 존재다. 마코는 지구를 구하는데 있어 조연에 머무르지 않는다. 찰리 헌냄이 연기한 롤리와 함께 주연으로 활약한다. 마지막 대결 후 카메라도 이 두 사람을 담고 있다. 한국 배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또 예거의 조종 방법은 두 명의 파일럿이 한 몸처럼 움직여 예거와 합체해 조종하는 시스템인 ‘드리프트’로 작동된다. 한 명은 예거의 우반구를, 한 명은 좌반구를 조종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를 위해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만 한다. 아픈 과거와 상처까지도. 여하튼 중요한 건 미국의 예거 집시 데인저를 조종하는 두 명의 파일럿이 바로 롤리와 마코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 미래를 위해 또는 지구를 위해 동서양이 서로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 같다. 앞서 말했듯 이야기는 단순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지만 그리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무더위를 날리기엔 딱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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