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화, 서울 / Seoul, Our Movi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왼쪽), 박찬경 감독
‘우리의 영화, 서울 / Seoul, Our Movi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왼쪽), 박찬경 감독
‘우리의 영화, 서울 / Seoul, Our Movi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왼쪽), 박찬경 감독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는 각각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도시를 테마로 한다. 영화 속 도시들은 오묘한 매력을 풍기고, 그 곳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그 곳을 상상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도시 서울도 파리나 로마처럼,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우리의 영화, 서울 / Seoul, Our Movie’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감독은 형제인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감독이 만든 브랜드 ‘파킹 찬스(PARKing CHANce)’. 더욱 놀라운 건 이 영화가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8월 20일부터 11월 9일까지 12주간 시민들은 서울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공모할 수 있고, ‘파킹 찬스’는 영상 선정 및 편집을 거쳐 내년 1월에 완성된 한 편의 영화를 공개할 예정이다.

‘파킹 찬스’ 박찬욱 감독
‘파킹 찬스’ 박찬욱 감독
‘파킹 찬스’ 박찬욱 감독

20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늘 이야기를 꾸며내는 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이라며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을 편집하고 정리해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일이 재밌을 것 같아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예쁘고, 말랑말랑하고, 희망적인 것만이 아니라 삶의 체취가 묻어나오는 땀 냄새 나는 영화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동석한 박찬경 감독은 “요즘은 사람들이 똑똑해져서 예쁜 이미지만으로 감동을 느끼지 않는다”며 실제 삶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서울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토박이인 두 사람에게 서울은 익숙한 도시다. 박찬경 감독이 “서울 밖으로만 나가도 외국에 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울은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이고, 그의 말을 빌면 “한 마디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도시”다. 그는 “서울 하면 고층 빌딩을 흔히 떠올리는데, 북한산 관악산 한강 등 서울에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자연의 다양한 모습도 서울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테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두 감독이 만난 해외 배우들도 서울 하면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미래도시를 상상한다고 한다. 박찬경 감독은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생긴 표면적인 이미지”라며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이번 영화가 성공한다면 또 다른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파킹 찬스’ 박찬경 감독
‘파킹 찬스’ 박찬경 감독
‘파킹 찬스’ 박찬경 감독

이번 영화의 테마는 세 가지로 나뉘는데, 바로 ‘워킹 인 서울(Working in Seoul)’, ‘메이드 인 서울(Made in Seoul)’, 그리고 ‘서울(Seoul)’이다. 박찬경 감독은 “관광홍보영상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서울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담고 싶었고, 그게 세 가지 테마로 표현됐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세 가지 섹션 중 가장 흥미로운 섹션으로 ‘워킹 인 서울(Working in Seoul)’을 꼽았다. 그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종류의 노동에 종사하면서 이 도시를 일궈나가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영상의 선발 기준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건을 붙일수록 영상을 만드는 분들이 거기에 얽매여 창의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기술적인 건 중요하지 않다. 카메라가 흔들려도 좋고, 초점이 안 맞아도 좋다”며 ‘아마추어의 풋풋함’을 강조했다. 그가 딱 하나 내건 조건은 “영화 명장면이나 코미디 프로그램 패러디만은 피해 달라”는 것. 박찬경 감독이 강조한 건 ‘희로애락’이다. “삶이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 어둡고 슬픈 부분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삶의 모습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영상을 기다린다”며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를 당부했다. ‘우리의 영화, 서울 / Seoul, Our Movie’ 프로젝트는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seoulourmovie)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에델만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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