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연애대전'으로 로코 도전
"비슷한 역할에 질려있었다"
"어릴 적 천방지축, 나와 닮은 점 많은 캐릭터"
"유태오, 의외의 연기하는 유연한 배우"
'연애대전'에 출연한 배우 김옥빈. /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애대전'에 출연한 배우 김옥빈. / 사진제공=넷플릭스
"제 필모그래피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연애대전'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김옥빈은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개된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며 치유 받는 로맨틱 코미디. 김옥빈이 연기한 법무법인 길무의 당찬 변호사 여미란은 남자에게 지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인물이다.

"데뷔한 지 꽤 됐는데 이런 모습을 많이 안 보여줬어요. 사실 낯 간지러운 걸 잘 못하거든요. 저와는 안 어울리는 옷이라고 생각하고 멀리했죠. 그러다 30대를 맞았는데, 비슷한 역할에 질린 거예요. 배우가 한 가지 역할이나 이미지에 고정되지 않아야 했는데, '편협하게 작품을 섭취했구나' 싶었죠. 이제 좀 다른 걸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연애대전'을 만난 거예요. 처음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났어요. 제 모습을 어색해할 것 같아서요. 사람들 반응을 더 봐야겠지만 주변 친구들은 괜찮다고 얘기해줘서 조금은 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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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란이 남자를 싫어하게 된 건 이유가 있다. 아빠, 학창 시절 남자친구, 믿었던 변호사 사무실 선배 등 남자에게 실망하며 살아온 것. 여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말이 싫어 커리어는 물론 레이싱, 격투기 등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연마했다. 김옥빈은 여미란이 자신과 닮은 면모가 많다고 느꼈다고 한다.

"자란 환경이나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 등이 비슷했어요.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것도 그렇고 미란도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환경에서 자랐는데, 저도 비슷해요. 제가 어릴 적 정말 천방지축이었어요. 어릴 적 할머니나 아버지께서 집에서 선머슴처럼 뛰어다니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이해가 안 됐죠. '왜?'라고 물으면 어르신들은 '그래야 한다'고 하셨어요. 관습적인 거죠. 처음에 작가님한테 '저를 참고해서 만든 캐릭터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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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은 유태오와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톱배우인 남강호는 로맨스 장인으로 불리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여자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김옥빈은 유태오를 "신기한 배우"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항상 새롭고 의외의 연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오빠(유태오)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진지해요. 신을 같이 준비할 때도 뻔하지 않게 하려고 해요. 어떤 날은 저도 연기해놓고 '그게 뭐야?'라고 물어보면 '그냥 이렇게도 해보고 싶었어'라고 하더라고요. 굳어있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배우여서 친구처럼 재밌게 잘 할 수 있었어요. 경직되지 않아서 제가 호흡 맞추기에 편안하고 좋았어요."
'연애대전'에 출연한 배우 김옥빈. /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애대전'에 출연한 배우 김옥빈. / 사진제공=넷플릭스
로코 연기에 도전한 김옥빈은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여미란의 터프한 면모가 돋보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남강호(유태오 분) 집에서 액션 연습을 하자고 해서 때리는 장면과 체육관에서 제가 남강호를 오해해서 때리는 장면. 대본 보면서 깔깔 웃었다. 로코에서 어떤 여주가 남주를 그렇게 패나 싶어서다. 만나기만 하면 그러는 거다. 그런 여주를 본 적 없어서 힘을 줘서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어려웠던 장면을 묻자 김옥빈은 "남강호와 사랑이 싹튼 후반부에 애교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힘들고 어색하더라"며 웃었다.

김옥빈은 '더 어릴 때 이런 작품을 많이 할 걸'이라는 생각도 했단다. 1987년생인 김옥빈은 "이젠 제가 30대 후반을 넘어가니까 중년의 연애를 연기하지 않나.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었는데 그걸 지나친 게 조금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실제 연애 스타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기와 달리 애교가 많아요. 전 제가 리드하는 편이에요. 제가 끌려가는 연애는 못 하죠. 애교를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부릴 때도 있잖아요. 저는 제가 끌려가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애교 부려준다' 같은 느낌이에요. 하하. 주변에 비혼주의자들도 있는데, 결혼 생각이 없다가도 확신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또 달라지더라고요. 전 결혼하고 싶어요. 비혼주의자는 아니예요. 예쁜 아기도 낳고 잘 살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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