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한 사람만', 대본 꼭 간직하고 싶은 작품" 종영소감 [일문일답]

배우 이영진이 JTBC ‘한 사람만’ 종영 소감을 남겼다.

어느덧 종영까지 한 회를 남기고 있는 ‘한 사람만’에서 이영진은 이혼 전문 변호사 ‘지윤서’에 분했다. 윤서는 강렬한 첫 등장에 이어, 시한부를 선고받고 죽기 전 온전한 스스로를 되찾고자 이혼을 하려는 ‘강세연’(강예원 분)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했다. 세연과 과거에 연인 관계였음을 스스럼없이 밝혀 화제가 되기도 하고, 세연의 남편은 물론 경찰 앞에서도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걸크러쉬’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윤서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이영진이 소속사 디퍼런트컴퍼니를 통해 ‘한 사람만’과 ‘지윤서’에 대한 일문일답을 전해왔다.

◆ ‘한 사람만’이 막을 내렸다. 소감이 어떤지?


극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언제나 밝은 현장이었다.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한 모든 스텝분들 그리고 배우분들 모두 즐겁게 촬영에 임했다. 그런 촬영으로 이루어진 좋은 작품에 ‘지윤서’로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의미깊고 감사하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 ‘지윤서’를 어떤 캐릭터로 해석하고 준비했나?


윤서는 극 중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콤플렉스조차도 오히려 개인의 성장의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겨낸 성숙한 어른이라고 느꼈다. 또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와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를 아는, 차분하지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면과 외면 모든 방면에서 모두의 ‘워너비’인 ‘지윤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윤서의 간결함,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면에 포커스를 맞춰 표현하고자 했다.

◆ 주로 강예원과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예원씨와는 이전에 여러 행사장에서 가볍게 마주치곤 했다. 수줍음이 많고 또 무척 밝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예원씨가 준비한 ‘세연’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궁금했다.


첫 촬영일에 처음으로 먼저 함께 가볍게 합을 맞춰 보았는데 뭔가 호흡이 알차게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워낙 윤서와 세연이 죽음, 이혼, 동생애 등 어쩌면 무섭고 암울한 주제를 다루어야 하다 보니 자칫 너무 무거워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다. 그렇지만 예원씨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오히려 덤덤하고 건조하게 호흡을 맞추었고, 그 속에서 충분히 그 아픔과 상처와 슬픔이 전달되었으리라고 믿는다.

◆ ‘그날’, 윤서는 왜 공항에 가지 않았을까?


아마 윤서도 세연과 마찬가지로 도망친 게 아닐까. 세연에게 말한 ‘도망치니까 초라해지는 거야’라는 대사처럼,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마주한 차갑고 냉정한 사회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연소함과 무력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도망치는 것에 대한 대사는 윤서 스스로 느낀 것, 그리고 세연도 느꼈을 감정이 윤서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말한 ‘도망쳐도 길이 있잖아’라는 대사처럼, 도망치는 것의 끝이 무조건 초라하고 비참한 게 아니고 또 그렇다고 온전한 끝이라는 게 있는 것도 아니더란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 세연과 헤어지고 20년간 윤서는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어리고 무력한 자신을 보며 이 차갑고 가혹한 사회에서 다시는 힘없이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악착같이 이 악물고 자기 자신을 다졌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펙과 같은 외향적인 것뿐 아니라 내면 또한 단단하게 성장했을 것 같다. 자신의 나약했던 마음을 받아들이고, 이 나약함이 반복하지 않도록 나아가는 마음부터가 굳건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남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변호사가 되기로 한 윤서는 왜 그중에서도 ‘이혼 전문 변호사’의 길을 택했을까?


성장하면서 성 소수자의 삶에 허락되지 않은 ‘가정’의 개념에 대한 의식이 강해졌을 것 같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결혼’과 ‘이혼’이기에, ‘이혼 변호사’로서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정의했는지도 모르겠다.


◆ 세연의 곁을 지켜주며 힘이 되는 멋진 대사를 많이 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사와 그 이유는?


세연과의 과거를 묻는 세연의 남편 앞에 서서, 과거 세연과의 관계를 인정하며 ‘20년 전 대학 선후배로 만나 서로 좋아했고 20여년간 만나지 못했고, 의뢰인으로 우연히 만났다’고 말한 대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온갖 복잡한 에피소드들과 감정을 공유한 관계가 끝난 뒤 제3자에게 그 관계에 대해 덤덤히 ‘어릴 때 친구야’ 혹은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그런 경험.


그런 것처럼, 모두가 놀랄 세연과 품었던 동성 간의 사랑을 부정하지 않고, 과거의 연인 그리고 현재의 이혼 재판 담당 변호사로서 받게 될 사회적 지탄도 기꺼이, 용감히 받아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동성애와 변호사로서의 ‘윤리’가 과거의 부부,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보다 더 도덕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것인지 세연의 남편을 비롯한 모두에게 한 번 더 질문하는 장면으로 느껴졌다.

◆ 성 소수자 캐릭터로 출연했다. 본디 성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많이 냈다. 어땠나?


내가 스스로 성 소수자를 위해 큰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 엔딩 이후의 윤서를 상상해본다면, 세연이 떠나간 뒤 윤서는 어떤 삶을 살 것 같은가?


세연에게 ‘이혼’이 삶에서 정리해야 하는 하나의 챕터였듯, 윤서에게는 20여년 전 있은 세연과의 관계와 감정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와중에 그 마음속 한구석에 정리되지 못한 채 남아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세연을 만나 이혼 소송 과정에 도움을 주며 마음에 남아있던 그 관계와 감정을 건강하게 정리해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비로소, 삶의 한 조각이 되었던 세연을 그리워하겠지만, 동시에 건강하게 자신만의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 ‘한 사람만’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꼭 윤서와 세연이가 아니더라도 ‘한 사람만’의 대본은 꼭 간직하고 싶을 만큼, 자꾸만 곱씹어보게 되는 대사들이 참 많았다. 대본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한 사람만’은 죽기 전에 떠오르는 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 삶을 가장 삶답게 만들어주는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일 수 없지 않나. 어떤 인연이든 나와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과 나눈 경험, 감정들을 찬찬히 돌이켜보게 되었고, 여러 의미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 ‘한 사람만’에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께 한 마디.


드라마 ‘한 사람만’과 ‘지윤서’에 많은 사랑과 응원 보내주신 시청자분들 감사드립니다.
윤서가 극에서 얼굴을 많이 비추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어느 ‘한 사람만’에게는 큰 영향력을 펼친 인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윤서’들과 ‘세연’들이, 세상의 ‘한 줌’이 아닌 ‘한 빛’이 되길 바랍니다. 그들이 어느 누군가에게 크고 밝은 영향력을 펼치며 삶의 빛을 보여주기를 희망하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한편 ‘한 사람만’ 마지막회는 8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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