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스위트홈' 이시영 "뱃속 아이와 남편 생사, 시즌2에서 풀어주길"

'스위트홈' 이시영 인터뷰
"등근육 CG아냐, 체지방 8kg까지 감량"
"소방차 액션 장면 가장 기억에 남아"

'스위트홈'에서 특전사 출신 소방관 서이경 역을 맡은 배우 이시영./사진제공=넷플릭스

"등근육 CG 아니냐고요? 저도 제 몸에 그런 근육이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호호."

배우 이시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화제가 된 '트리 등근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스위트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한국형 크리처물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낡은 아파트 그린홈을 배경으로, 욕망에 잠식된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 주민들이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시영이 연기하는 서이경은 남편과 사별한 특전사 출신 소방관으로, 위협이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몸을 던지고 상황 판단도 빠른 '에이스'다. 뒤늦게 임신 사실을 깨닫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생존을 위해 괴물들과 맞서 싸우며, 남편의 블로그를 통해 그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한다.

이시영은 "원작을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시나리오를 받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감독님께서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어 내실까 궁금하기도 했다"며 "서이경은 사랑했던 남편을 잃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인데 아이가 생기면서 집착과 강한 의지가 생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이경은 다른 인물들과 달리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이시영은 "오리지널 캐릭터라 자유롭고 파생되는 대화도 많아 좋았지만, 한편으론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이 감독님과 작가님이 설명해준 전사밖에 없어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서이경 캐릭터가 필요한 이유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위한 것보단 그린홈 밖을 나가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었어요. 이경이 밖으로 나가면서 '스위트홈' 시리즈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죠."

캐릭터를 위해 체지방 8%까지 감량했다는 이시영./사진제공=넷플릭스

이시영은 캐릭터를 위해 6개월 간 혹독하게 운동했고, 체지방을 8%까지 감량하며 근육을 완성했다. 이시영은 "액션 장면은 많이 찍어봤지만, 옷을 거의 다 벗은 상태의 노출이 있는 액션은 처음이었다. 또 거미 괴물이 있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어느 부위가 나올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되도록 온 몸에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 간 PT도 열심히 했고, 식단도 자주, 많이 먹으면서 벌크업을 시켰다. 촬영 직전에는 탄수화물을 다 빼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식단을 조절했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이경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고민한 포인트를 묻자 이시영은 "여성성, 남성성을 떠나 재난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피지컬을 떠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강한 힘에 대해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밑도 끝도 없이 여자가 멋있게 나오거나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하는 건 나 역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얼마 전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강함과 어둠이 같이 존재하는 걸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로는 소방차 액션신을 꼽았다. 이시영은 "면허는 있었지만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촬영 전까지 소방차 운전 연습을 했다. 촬영 날에는 스텝들이 소방차 주변에서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긴장을 많이 했다. 괴물과 싸우면서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안전하게 촬영하고자 노력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8회 엔딩이에요. 정재헌(김남희 분)가 경비원 괴물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죠. 감정적으로 너무 멋있더라고요."

이시영은 원작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비슷한 배우로 송강을 꼽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서이경은 군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자 특수 감염인인 현수(송강 분)의 존재를 알렸고, 그를 넘기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이시영은 끝내 군대에서 건넨 위치 신호를 보내는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다.

이시영은 "서이경이 군대에 현수을 넘기려고 했던 건, 살아서 남편을 찾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린홈에 돌아와 현수를 다그칠 때, 현수의 '살고 싶었다'는 한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결국 모든 사람들은 살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은 거다. 전직 소방관이었음에도 본분을 잊고 자신이 살고 싶은 거에만 욕심을 부렸다는 걸 깨닫고 다시 그린홈 주민들에게 합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시영은 원작 캐릭터와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로 송강을 꼽았다. 그는 "내가 상상했던 현수와 송강은 너무 잘 어울렸다. 원작에서의 현수가 좀 더 주체적이긴 하지만, 캐릭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칭찬했다.

서이경도 태아괴물만큼이나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강함에도 왜 괴물화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이에 이시영은 "아 다르고 어 다른 차이 같지만, 엄마가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건 욕망이 아닌 모성애 같다. 본능적인 사랑인 거다. 그래서 태아괴물도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이 욕망으로 인한 괴물로 변한다면 어떤 괴물이 될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괴물이 된다면 음식과 관련한 괴물이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들이 항상 운동을 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식단 조절을 할 때가 많았죠. 작품을 안 할 때는 합의점을 찾으면서 먹고 운동하지만, 작품을 할 때는 극단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럴 때 한 두 번씩 고비가 오더라고요. 물을 못 마시는 건 너무 고통이죠."

해외 진출을 묻자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이시영./사진제공=넷플릭스

'액션 전문 여배우' 타이틀로 인해 매 작품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냐고 묻자 이시영은 "예전에는 고민을 했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액션 캐릭터를 얻은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작품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헐리우드 진출 계획을 묻자 이시영은 "해외 진출을 위해 배우는 건 아니지만, 꾸준히 영어는 배우고 있다. 시켜만 준다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스위트홈' 시즌2에 대한 기대도 잊지 않았다.

"시즌2가 제작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군에 들어간 서이경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뱃속의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서이경은 괴물화가 되었을지 등 다음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하거든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