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산후조리원', 지난달 24일 종영
박하선, 조리원 내 서열 1위이자 베테랑맘 조은정 役
섬세한 내면 연기로 감동과 위로 선사
"기억 속에 오래 남는 작품 되길"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내 서열 1위이자 베테랑맘 조은정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하선. /사진제공=키이스트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내 서열 1위이자 베테랑맘 조은정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박하선. /사진제공=키이스트
"'산후조리원'은 제게 조은정이라는 캐릭터로 남게 될 것 같아요. 박하선이 연기한 조은정이 '너무 얄밉다'는 반응을 봤는데, 제가 아닌 캐릭터로 봐준 것 같아 의미 있게 기억될 것 같죠. 제가 공감하고 작품에 임했기에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 속에 오래 남길 바랍니다."

배우 박하선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내 서열 1위이자 베테랑맘 조은정으로 분한 그는 육아로 인한 고충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풀어내며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다. 특히 망가짐을 불사한 열연으로 큰 웃음을 전하며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했다.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한 박하선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3년 MBC 드라마 '투윅스'를 통해 인연을 맺은 배우 류수영과는 교제 2년만인 2017년 결혼해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에 나오며 '열일'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총 4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돌아온 박하선. 그는 "예전에는 일이 소중하다고 느끼진 않았는데, 지금은 밖만 나서도 너무 즐겁고 귀하게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면서 "회사나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는데 정말 하나도 안 힘들다. 제작 환경이 너무 좋아져서 여러 가지 병행할 수 있게 된 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캐릭터를 위해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일까. 박하선은 "극 중 조은정은 대본에 '풀메이크업에 진주 귀걸이를 한'이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며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였다.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아대, 수면 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여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촬영하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박하선은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연기할 수 있을지 몰랐다"며 웃었다.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을 찍으면서 실제 조리원 생활이 떠올랐다고 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박하선은 '산후조리원'을 찍으면서 실제 조리원 생활이 떠올랐다고 했다. /사진제공=키이스트
"조은정과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결도 다르고 그만큼의 노력에는 못 미치지만 말이죠. 저는 조은정처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어렸을 때는 저도 그런 성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점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남에게 도움을 받는 편이죠. 고단함과 외로움을 혼자 다 짊어지려는 조은정이 안타깝더라고요."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공감이 갔던 부분도 적지 않았을 터. 박하선은 "오
현진이 사회에서는 프로페셔널하지만, 조리원에서는 아마추어가 되는 상황들이 많이 와 닿았다"면서 "특히 극 초반 오현진의 출산 장면이 엄청 공감됐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모성이 생기지는 않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상상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표현하기 어렵다. 진짜 내가 낳은 아이인가 싶어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며 "막상 양수에 붙어있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예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게 다 처음이니까 나도 오현진처럼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아이는 키우면서 점점 예뻐 보이고 모성애가 생기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방영 이후 김지수 작가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연락을 취했다는 박하선. 그는 "보통 출산의 고통만 말하고, 애를 낳고 난 직후부터 회복하고 키울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는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엄마는 어떠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작품을 하게 돼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작가님께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연락했다"고 덧붙였다.
박하선은 극 중 조은정에게 배우고 싶은 점으로 금손 실력을 꼽았다. /사진제공=키이스트
박하선은 극 중 조은정에게 배우고 싶은 점으로 금손 실력을 꼽았다. /사진제공=키이스트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하선은 "코로나19 시대라 모이기 어려웠지만 많이 친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장혜진 언니는 4살 늦둥이 자녀가 있어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굉장히 재밌고 편안한 분이라 마음이 잘 맞았다"면서 "엄지원 언니와도 처음에 부딪히는 장면이 많아서 서로 잘해야 했다. 그런데 언니가 워낙 딱풀이 엄마답게 자연스럽게 잘해줘서 좋았다. 그 덕에 리액션에 대한 지문이 없어도 저절로 감정들이 생겼고, 서로 많이 주고받으며 시너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지원 언니도 최리도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절로 합이 맞았다. 까꿍이 엄마 역의 김윤정이나 열무 엄마 역의 최자혜도 정말 좋았다.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시즌2로 다시 모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박하선은 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무협 액션신을 골랐다. 그는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이 내 코믹 연기의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며 "이 시대의 사극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장르였는데 꿈을 이뤘다. 칼싸움도 안 해봤는데 엄청 재밌었고, 쌍권총(공포탄)을 쏘는 장면에서도 희열을 느꼈다"며 웃었다.

이어 "'천녀유혼' 팬이라 왕조현을 너무 좋아하는데, 닮았다는 반응을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극 중 바주카포를 쏘는 장면에 대해서는 "나의 애드리브였다. 더위와 싸워가며 제일 고생해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더라"라며 "
촬영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바르뎀과 '홀리데이'의 최민수 선배님, '조커'도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그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현장에서 내 표정 연기를 보고 감독님이 너무 웃겨서 '컷'도 제대로 못 외쳤다. 평소에는 잘 웃지 않으시는 분이라 더 신나게 찍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쉬울 따름이죠.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아요. 너무 아쉬워서 시즌2를 꼭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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