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악의 꽃', 지난 23일 종영
김지훈, 연쇄살인마 백희성 役
서늘한 열연으로 충격과 공포 선사
"나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 백희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지훈.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연쇄살인마 백희성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지훈.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저에게 있어 '악의 꽃'은 오랫동안 고정된 이미지를 벗게 해 준 작품이에요. 대중들에게 김지훈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 고마운 친구죠."

배우 김지훈의 폭발적인 열연이 안방극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난 23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 백희성 역을 맡은 그는 광기 어린 눈빛과 서늘한 표정으로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김지훈이 연기한 백희성은 15년 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인물이다. 극 중반부까지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그가 사실은 과거 도민석(최병모 분)과 무자비한 살인을 펼친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도현수(이준기 분)와 차지원(문채원 분)을 위기에 몰아 놓으며 강렬한 반전을 전했다.

2002년 KBS 2TV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드라마 '황금사과', '위대한 유산', '며느리 전성시대', '천추태후', '이웃집 꽃미남', '결혼의 여신', '왔다! 장보리', '도둑놈, 도둑님', '부잣집 아들', '바벨' 등에 나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김지훈에게 있어 '악의 꽃'은 큰 모험과 같았다. 그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짜임새 있는 구성과 설득력 있는 인물들에 반했다. 기존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흐름과 인물들이라 굉장히 참신했다"면서 "시놉시스와 8회 대본까지 읽고 출연을 결정했다. 시놉시스에는 백희성에 대한 설명이 간략했고 대본에도 계속 누워있는 상태라 이 정도까지 존재감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미 나온 대본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질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여기에 감독님과 제작진이 힘을 실어준 덕에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지훈은 '악의 꽃'을 본 후 "생각보다 별로 안 무섭고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김지훈은 '악의 꽃'을 본 후 "생각보다 별로 안 무섭고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백희성을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점은 무엇일까. 김지훈은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말하고 걷기까지 코마 환자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두 발로 걷는 건 아예 상상도 못 할 일이더라"라면서 "갑작스러운 회복력이 극의 몰입을 방해할까 봐 철저히 계산해서 연기했다. 눈동자나 혀의 움직임부터 휠체어에서 일어나기까지 너무 뜬금없지 않도록 회복의 속도를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광기와 압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역대급 악역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봤다. 한 작품 한 작품 모여 백희성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됐다"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어요. 사이코패스 살인자가 직접 기록한 회고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감정 상태와 심리 변화를 상세하게 묘사해놓은 장면이 많았죠. 목소리 톤에 대해서는 존 말코비치라는 배우를 참고했어요. 남자답고 굵은 톤의 목소리가 아니라 굉장히 고상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 있는 목소리인데, 굉장히 독특한 질감에서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죠. 백희성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인 만큼 비밀 유지 또한 쉽지 않았다는 김지훈. 그는 "극 후반 백희성이 다시 깨어나서 살인을 시작한다는 걸 전반적으로 알고 시작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대본을 받아보고 나서야 알았다"며 "예를 들어 백희성이 공범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무슨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는지, 도대체 엄마하고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나도 다음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시청자와 같은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통 작품에 들어갈 때 홍보에 적극적인 편이다. 홍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말 그대로 존재감을 숨겨야 하는 입장이라 조심스러웠다"면서 "심지어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듣고 난 후에는 너무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김지훈은 극 중 과격한 액션 장면에 관해 "평소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상대 배우였던 이준기도 워낙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 힘들기보다는 즐겁게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김지훈은 극 중 과격한 액션 장면에 관해 "평소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상대 배우였던 이준기도 워낙 액션을 잘하는 배우라 힘들기보다는 즐겁게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김지훈은 "이준기와 연기하는 거 자체가 굉장히 즐거웠다. 워낙 성실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배우이기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순간순간 너무 좋았다"면서 "(이준기가) 주연 배우로서 현장을 이끄는 분위기와 리더십을 보고 많은 걸 배웠다. 긴 시간 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가까이서 작업해보니 납득이 되더라"라며 감탄했다.

극 중 부모로 호흡을 맞춘 손종학(백만우 역), 남기애(공미자 역)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지훈은 "두 분 다 연기할 때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몰입한다. 그 덕에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다"며 "특히 남기애 선배님은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독님께서 종료 사인을 보낸 이후에도 한참 동안 감정을 진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남기애 선배님이 너무 실감 나게 연기해줘서 백희성이 더 무섭고 소름 끼치게 보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종학 선배님과의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뭉클했다. 얼굴만 보고 있는데도 너무 짠하고 시큰한 감정이 올라오더라"라면서 "마지막에는 백희성도 좀 더 인간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 분 한 분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김지훈은 '악의 꽃' 촬영을 마치고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그는 "나 스스로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해서 멋진 역할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악의 꽃'을 많이 사랑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봄의 시작에서 여름의 끝까지 코로나19와 싸우며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과 배우들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해 12월 처음 백희성 역을 하기로 결정한 후 고민했던 시간도 길었고 힘든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촬영장 가는 일이 가장 기대되고 행복한 일이었죠. 그건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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