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이은 드라마 부진에 방송 시간 변경
단순 편성 변경이 해결책으로 작용할지 의문
MBC·SBS, 각각 맞춤형 전략으로 승승장구
드라마 '본어게인'과 '영혼수선공' 포스터/ 사진=KBS2 제공
드라마 '본어게인'과 '영혼수선공' 포스터/ 사진=KBS2 제공


KBS가 평일 드라마의 극심한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그 칼이 시청률 부진의 고리를 끊어낼 정도로 날카로운지 의문이다.

KBS는 오는 7월부터 기존 오후 10시에 방영되던 평일 드라마를 30분 앞당겨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새롭게 선보이는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와 수목드라마 '출사표'는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앞서 KBS는 지난 몇 달간 내놓은 드라마가 줄줄이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며 쓴맛을 봤다.

지난 9일 종영한 월화드라마 '본 어게인'은 시청률 2%대로 조용히 퇴장했다. 장기용·진세연·이수혁 등 비주얼 좋은 배우들을 앞세웠지만 부실한 설정, 산만한 스토리 전개 등을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본 어게인'은 방영 기간 중 1%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고, 지난달 11일 종영을 한 달 남겨두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수목드라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영혼수선공'은 신하균, 정소민, 태인호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이끌지만 그에 비해 시청률은 초라하다. 첫 회 5.2%의 시청률로 시작해 부진을 털어낼 기대작이란 평가도 받았지만, 결국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이 기록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1일에는 1.4%까지 시청률이 추락했다. 전작인 '어서와'는 지상파 평일 드라마 최초로 '0%대 시청률'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쓸쓸히 떠났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사진= SBS 제공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사진= SBS 제공
최근 몇 년 새 종편과 케이블 채널의 급격한 성장으로 지상파 채널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지상파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MBC와 SBS는 일찌감치 평일 드라마 편성 변경을 선택했다.

KBS도 뒤늦게 이들을 쫓아가는 형국인데, 단순한 시간표 변경이 근본적인 해결법은 아니란 것을 경쟁사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상파의 쇠퇴에도 MBC, SBS는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SBS는 지난해 수목드라마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예능 프로그램을 대체했다. 이에 따라 월화드라마와 금토드라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고, 결과로 증명됐다. SBS가 올해 '낭만닥터 김사부2', '아무도 모른다' 등 월화드라마와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등 금토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인 건 '선택과 집중'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2'는 평일 드라마임에도 최고 시청률이 27.1%였다.
드라마 '365'와 '그 남자의 기억법'/ 사진= MBC 제공
드라마 '365'와 '그 남자의 기억법'/ 사진= MBC 제공
MBC는 이른바 '대박' 드라마는 없어도 '웰메이드'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였다. 올해 선보인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그 남자의 기억법' 등 MBC는 장르물과 다채로운 이야기를 적절히 활용해 마니아층을 사로잡았다. 현재 방영 중인 '꼰대인턴'도 신선하다는 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이처럼 중요한 건 시간대가 아닌 양질의 콘텐츠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편성 변경이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낯설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가 몇 달째 이어진 시청률 침체에 빼든 카드가 고작 편성 변경인 걸 봐선 아직도 관계자들이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지 의심스럽다. 현 상황에서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변화는 해결책으로 적합하지 않다. 새롭지 않은 드라마는 부진을 장기화시킬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획기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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