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재인>, 여자 김탁구의 등장
, 여자 김탁구의 등장" /> 1회 KBS 밤 9시 55분
이정섭 감독과 강은경 작가의 전작인 KBS 가 그랬던 것처럼, 또한 인물들의 운명을 얄궂게 꼬아 놓는다. 김영광(천정명)은 “이 다음에 (내가) 홈런왕이 되면 나한테 시집 올래?”는 어릴 적의 약속으로 윤재인(박민영)과 연결돼 있지만, 영광의 아버지인 김인배(이기영)에게는 재인네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고 거대상사의 회장이 된 서재명(손창민)의 비밀을 묵인하고 공조했다는 죄가 있다. 물론 거대상사의 원래 회장, 윤일구(안내상)의 딸이었던 재인이 한 순간에 부모를 모두 잃고 낯선 곳에 버려진다는 설정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그 과정은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지며 흡인력을 가졌다.

은 이 모든 일이 결국 ‘계급’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명은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동업자인 일구를 배신하고, 인배는 재명의 죄를 알아도 그의 “발바닥 밑에서 기는” 운전기사라는 신분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식들은 스스로 계급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혈통’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영광이 아무리 죽어라 노력해도 더 많은 돈을 들여 체력관리를 하는 인우(이장우)보다 야구를 잘할 수 없는 “더러운 세상”인 것이다. 현재 이들 중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재인만이 혈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에, “내 인생 가장 치사하고 꼴사납던 순간, 나를 잡아준 사람이 바로 너(재인)였다”라는 영광의 마지막 대사는 큰 의미를 갖는다. 복잡한 운명과 혈통이 계급을 결정하는 설정 등 의 그림자는 비록 짙었지만, 일단은 그것들을 뒤집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믿어보고 싶게 만든 첫 회였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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