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웃고 또 웃고>에 필요한 것
에 필요한 것" /> 금 MBC 밤 12시 35분
에 ‘나도 가수다’가 등장했을 때 원조 가수들까지 박수를 치며 응원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원조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에 스스로를 비교하는 개그맨들의 자학개그는, 그들이 재현한 무대가 정말 그럴싸하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힘입어 파괴력을 얻었다. 덕분에 ‘나도 가수다’는 수 년 만에 대중에게 정성호와 김세아, 그리고 MBC에도 코미디 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반응이 오는 코너 위주로 쇼를 재편하면서 ‘나도 가수다’는 45분의 쇼 중 25분을 독점하는 기형적인 코너가 됐다. 성공적인 코너에 집중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도 가수다’는 분장 쇼, 몸 개그, 소품 개그 등 웃길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눌러 담은 탓에 초반의 직관적인 웃음코드를 잃었다. ‘나도 가수다’에 집중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나도 가수다’를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코너들이 리듬감 있게 진행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비루한 청춘들의 인터넷 방송을 소재로 한 ‘최국 TV’는 유세윤의 ‘바다거북이의 산란’ 개그를 카피한 것도 모자라, 채팅 창 속 가상의 관객들의 입을 빌려 ‘이 부분이 웃기니 여기서 웃으라’고 강조하며 지레 김을 뺀다. 박성훈의 동명 만화 원작의 ‘달마과장’은 시간을 압축하는 만화의 문법을 그대로 영상에 옮긴 탓에 1분 남짓한 꽁트 안에서도 호흡을 잃는다. 요컨대 의 문제는 쇼의 리듬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나 와 같은 MBC 코미디들의 선전에는 정교하게 설계한 웃음의 리듬이라는 비결이 있었다. ‘되는 코너 밀어주자’는 심산으로 ‘나도 가수다’에 절반을 할애한 는 리듬이 있어야 할 자리를 조바심으로 채웠다. 물론 무대를 재현하는 개그맨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을지 생각하면 눈물겹다. 그렇다고 최소한의 리듬마저 잃을 정도로 코너를 늘여선 안 되지 않나? 25분이면 MBC 한 편을 다 보고도 2분이 남는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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