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 반쪽짜리 해피엔딩
다섯 줄 요약

마지막 회 SBS 일 오후 10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엔딩은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세경(문근영)의 엔딩 또한 절반은 꿈속에 머물고 절반은 현실에 발 딛은 채로 마무리됐다. 승조(박시후)는 ‘백퍼센트 노력할 자신은 없다’면서도 세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고, 세경은 ‘나도 당신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반쯤 눈을 감은 채’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이혼을 선택하며 청담동을 빠져나온 건 윤주(소이현)였다.



리뷰

타미홍(김지석)은 신데렐라 드라마를 이렇게 정의했다. “가난하지만 착한 여자가 부자 남자와 사랑에 빠져 시부모 설득해서 어느 순간 해피엔딩”이 되는 이야기. 그러니까 세경이 자신을 “가난하고 못된 여자”라 선언한 순간 이 작품은 기존 신데렐라의 핵심 공식을 배반하게 된다. “순수한 사랑에 대한 환상”에서 빠져나온 승조의 지적 역시 같은 맥락을 지닌다. “드라마 여주인공이 세상 온갖 것에 관심 있는데 딱 하나, 남자 돈에만 관심 없어. 그게 말이 되냐?” <청담동 앨리스>가 신데렐라 로맨틱코미디 장르 사에 남긴 중요한 의의는, 이처럼 여주인공의 속물성을 인정하는 “추한 사랑”을 통해, 순수한 사랑과 세속성을 분리해 온 로맨스의 낭만적 판타지를 깨뜨렸다는 점에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얻어낸 현실 인식이 아닌 “마지막 판타지”를 선택하고 만 결말의 모순이었다. 세경과 헤어진 승조를 돌아오게 만든 건 그녀의 욕망이 아니라 ‘진심’이었으며,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절반의 꿈’이 필요했다. “우리는 눈을 반쯤 감는다. 다시 눈을 뜨면 모든 게 현실로 바뀌리라는 걸 알면서도”라는 세경의 마지막 내레이션이 공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청담동 밖에는 여전히 ‘그들처럼 철저히 검어짐으로써’ 속물적 세계에 편입했다가 이혼당한 윤주, 일찌감치 절망 끝에 이 땅을 벗어난 인찬(남궁민)의 현실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쯤 눈감은’ 세경의 엔딩은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 애매하게 발을 걸친 미아의 결말처럼 보인다.



수다 포인트

-감독판 엔딩은 타미홍과 윤주의 마지막 대화로 갑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피엔딩 믿어요? 아무리 뜨거운 키스로 영화가 끝나도 현실에선 다음 삶이 남아있는 거니까.”

-베지테리언 타미홍의 수제 버거 데이트 장면. 마지막 회 PPL의 난은 지속된다.

-<청담동 앨리스 시즌2-욕망의 뫼비우스 편>: 3년 뒤, 옷가게에서 또 다른 시계토끼를 만난 윤주는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민혁(김승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점을 찍고 돌아오며, 브라질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인찬은 세경을 되찾기 위해 그녀의 청담동 신혼집 옆으로 이사 온다. 평창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선수단 유니폼 협찬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타미홍 역시 인찬을 도와 재기를 도모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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