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전우치가 없다
다섯 줄 요약
모두가 무언가를 쫓고 있다. 혜령(백진희)은 친오빠의 흉터가 없는 전우치(차태현)를 의심해 뒷조사를 의뢰하고, 내시 소칠(이재용) 일행은 두루마리와 마숙(김갑수)을 찾으면서도 전우치가 두루마리 도둑일지 모른단 생각에 전우치 뒤를 쫓는다. 마숙은 아픈 무연(유이)을 이용해 홍길동이 묻은 은광의 위치를 알아내지만, 강림(이희준)은 그런 무연을 지켜주지 못해 괴로워한다. 결국 강림은 죽였다 생각한 전우치에게 무연을 뺏기고 만다.



Best or Worst
Worst: <전우치>의 문제는 느린 전개가 아니다. 주인공 감정을 살리지 못한 채 힘없이 70여분을 채우는 알맹이야말로 드라마를 늪에 빠뜨린 원인이다. 마숙과 강림이 은광을, 소칠과 서찬휘(홍종현)가 마숙을 찾는 동안 정작 전우치는 첫 회 이치가 했던 기초적인 수준의 취재만 반복하거나 때때로 도술을 부리며 사건 바깥을 맴돈다. 모든 인물의 행동을 강박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다 그나마 전우치가 반격을 시도하는 과정은 “마숙은 두루마리를 가져갔을까? 둥개(신승환)는 어디 있는 거지?”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추리하는 식으로 과도하게 압축하기도 한다. 강림에겐 제거 대상, 소칠과 서찬휘에겐 두루마리를 훔친 용의자인 전우치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좀처럼 극을 이끌 기회는 얻지 못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전우치의 욕망과 감정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건 당연하다. 다시 만난 무연을 애타게 찾는 전우치의 목소리에 아무 파동도 느낄 수 없고 무연을 데리고 탈출하는 장면이 별다른 폭발력을 갖지 못했던 이유다. 한시라도 빨리 전우치에게 마숙의 거친 생각과 서찬휘의 불안한 눈빛을 지켜보는 것 외에 주도권과 감정을 불어 넣는 게 필요하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 도저히 혼자 일을 끝낼 수 없을 땐 (쉽진 않겠지만) 주문을 외우자. 오도일이관지!!!
– 다른 사람의 재능을 가져 오고 싶다면 (오그라들겠지만) 외치자. 내합아신!!!
– 누군가를 조종하고 싶다면 (외우기 어렵겠지만) ‘갑수옹’을 따라해 보자. 열사천조파천웅지지옥도주, 열사천조파천웅지지옥도주, 열사천조파천웅지지옥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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