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빵 터지던 웃음을 멈추고"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02408422966063_1.jpg" width="250" height="170" /> 8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여옥(김정은)은 과거 진심으로 사랑했던 현우(한재석)가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괴로워한다. 그리고 “애당초 네 인연이 아”니었다며 현우와 자신을 떼어놓았던 엄마에게 원망스럽게 말한다. “인연이라는 게 대체 뭐야? 서로 이렇게 상처주고 누더기처럼 사람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놓는 게 인연이야? 엄마만 아니었으면 나랑 현우오빠랑 잘 살고 있었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이 질문이야말로 의 시청자들이 월하노인(변희봉)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부부의 인연이란 ‘수백 년 동안 쌓고 쌓아온 천생연분’이라 강조하며, 이혼한 사이인 여옥과 수남(신현준)의 영혼까지 바꾸어놓았지만 정작 확인된 것은 그 지긋지긋한 인연이 아니라 둘을 더 사랑하는 이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극 초반 의 영혼 체인지가 통쾌했던 지점은, “서로 그렇게 못마땅하면 어디 한 번 바꿔서 살아”보며 인연의 소중함을 깨달아 보라는 월하노인의 의도에 있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역지사지가 아니라 전업주부의 초라한 현실과 가부장의 권위라는 상반된 ‘사회적 위치의 역전’에서 오는 쾌감이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의 수난이, 그녀를 무시하던 폭력적 발언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가부장적 남편의 수난기로 전환되는 설정이 이 작품을 가벼운 코미디에만 머물지 않게 했다. 하지만 극이 본격적인 사각 멜로로 돌입하면서, 이제 초점은 여옥과 수남의 ‘인연 깨닫기’에 맞춰지는 듯하다. 월하노인으로도 모자라 삼신할머니(김수미)까지 개입한 임신이란 새 국면은 거기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반대로 애써 쌓아놓은 초반의 전복적 쾌감은 이 봉합의 멜로 안에서 힘을 잃는다. 다시 한 번 여옥의 질문. 그깟 “인연이라는 게 대체 뭐야?” 극의 반환점을 돌아선 에게 앞으로 주어진 과제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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