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의 요리의 정석> 6회 올`리브 목 오전 11시 10분
‘대가의 54가지 명품 한식 레시피.’ <고두심의 요리의 정석>(이하 <요리의 정석>)이 내건 이 단어들 하나하나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고 쉬이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여 섣불리 단념하지 말자. <요리의 정석>은 ‘그저 보는 것’으로 요리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는 이들까지도 자연스레 귀 기울이게 할 만큼 명징한 설명을 곁들임으로써 자신만의 승부수를 던졌다. 요리사가 레시피를 설명하는 동시에 날쌔게 조리해 나가는 요리 프로그램의 일반적인 접근과 달리 <요리의 정석>은 이른바 ‘이론과 실전’을 철저히 분리하며 시청자들을 요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론 파트는 고두심의 명료한 멘트와 안정적이고 맛깔스러운 내레이션이 전담, 조리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귀에 쏙쏙 들리게 하여 화면을 놓쳐도 믿고 따라가 볼 조리의 디렉션을 제시한 것이다.

실전인 조리 과정 역시 명쾌하다. 요리의 시작 단계인 재료 씻기와 다듬기부터 화룡점정인 그릇 세팅까지 전 과정을 근접 촬영으로 천천히 보여주면서 두루뭉술한 계량과 크기로만 가득했던 요리의 세계를 가시화했다. 설명과 조리의 분리가 오히려 요리 순서와 방법에 빠져들게 만들었으니 이쯤 되면 ‘낭독의 발견’을 잘 입힌 보기 좋은 밥상이다. 여기에 대가의 비법을 굉장한 메뉴에서 찾기보다 “다시 강조하자면”, “뽀인트”라는 말로 조리 과정에서의 주의 사항을 콕콕 짚어 주거나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비교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대가가 빚어내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일러주려는 의도가 돋보인다. 20여 분의 짧은 시간 안에 매 회 세 가지 메뉴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대가의 노하우를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과 이를 위한 새로운 시도와 장치들에 공을 들였기에 가능했다. 이만하면 정말 <요리의 정석>이니, 일단 듣고, 볼만 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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