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이 본 한류>, 4천만이 낯 뜨거운 자화자찬
, 4천만이 낯 뜨거운 자화자찬" /> KBS1 밤 11시 40분
KBS와 중국CCTV의 공동 기획인 에서 13억은 중국 인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류의 시초가 있었던 일본에서부터 중국과 아시아 전 지역 모두가 한류를 ‘본’ 사람들이다. 그리고 아시아에 미친 한류의 영향을 전시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13억의 사람들은 지구 곳곳에 퍼져있다고 말한다. 한류를 한강의 기적에 비유하는 오프닝에서부터 한류의 기세를 “위풍당당함”으로 정의하는 마지막 멘트에까지 넘치는 자부심이 묻어있다. 은 세계인들에게 한식을 전해준 1등 공신이며, 는 유교사상을 공유하는 아시아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드라마다. 이런 드라마에서 시작해 로 대표되는 애니메이션까지, 넘치는 한류 콘텐츠들은 세계 시장에 팔리고 있다는 말의 반복이 이 다큐멘터리를 구성하는 거의 전부다.

이런 자부심은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앞서나가야 한다는 경쟁심으로 발전한다. “할리우드의 자본에 맞서 우리의 독창성으로 승부”하는 것이 한류의 인기 비결이라는 말 속에는 어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도 들어있지 않다. 그저 좋은 말로 한류를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 현상 중 하나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한류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자는 이 발상은 문화 수준의 우위를 따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교과서적으로 보아도 틀린 것이다. 물론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국가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더 많은 사람이 즐기게 되는 일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도 못하고 현재를 선명하게 보여주지도 못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로 계속되는 자화자찬은, 보는 이를 머쓱하게 할 뿐이다. 한류가 “이 시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멋진 키워드”로 남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도 할리우드에 못지 않다”는 자화자찬은 아닐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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