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13회 KBS2 월 밤 9시 55분
사랑이 결국 상대방의 세계와 마주하는 일이라면 다란(이민정)이 경준(공유)에게 생일 선물로 시계를 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란의 시간은 온통 경준이 최면을 건 “10시 10분”이 돼 버렸고, “달나라”나 “해저도시”처럼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미래의 어느 날도 경준과 함께라면 꿈꿔 볼만 하다. 그 사이 ‘어른’이라는 허울 아래 걸릴 게 너무 많아 힘을 낼 수 없다던 다란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윤재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며 용기를 내보려 하고, 경준 역시 피 묻은 어린 환자의 손을 잡으며 트라우마로부터 도망치기보다는 “계속 클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러니 ‘아이’와 ‘어른’의 세계를 구분 짓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두 세계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혹은 그 반대로, 누군가를 다그치거나 어딘가에 숨기 위해 끌어온 수식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신 에는 조금 다른 세계가 있다. 윤재 모(김서라)는 경준을 윤재의 치료를 위해 태어나고 버려질 운명으로만 봤고, 윤재 부(조영진)도 갈등은 있으나 경준에게 다가가기를 주춤하며 지금까지 왔다. “경준이를 위”한 마리(수지)의 거짓말들도 어떻게든 경준에게 상처의 흔적을 남겼다. 자신을 기억하고 손잡아 줄 이 하나 없는 18살의 경준을 만들어 온 사람들 그 누구도 경준에게 먼저 미안함을 말하며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준으로 인해 다시 살게 된 윤재는 물속에서 경준에게 손을 뻗었고, 경준을 통해 다란은 자신의 감정에 용기를 내고 돌아올 윤재에게 미안함을 말하려 하며 그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용서를 구하고 계속해서 커나가려는 세계는 그것 없이 제자리인 세계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윤재를 살리는 문제로 다시 흔들린다. 빚 갚듯 주고받는 구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손을 맞잡는, 그리하여 과거에 멈춘 시간을 다시 움직여 나갈 수 있을까.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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