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여기 의사들이 있다
, 여기 의사들이 있다" /> 1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수술실에 들어서는 의사의 매서운 눈빛, 손 세척부터 수술복 착용까지 ‘칼군무’만큼이나 절도 있는 동작들,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의사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의학 드라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임팩트 있는 장면들이 에는 없다. 최인혁(이성민) 교수를 포함해 “도떼기 시장” 같은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들에게 병원이란, 명예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전쟁터가 아니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 수술을 집도하는 최인혁 교수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의 전체적인 풍경을 담아내며, 그 안에서 응급실 의사들의 애환을 끄집어낸다. 그들은 수술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수술을 하고, 시간이 없어 배도 봉합하지 못한 채 1차 수술을 마무리하고, 중환자실조차 없어 응급실에서 회복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그럼에도 환자를 살려냈다는 칭찬 대신 “여기가 최 선생 개인병원이야?”라는 타박이 돌아오는 상황에서 최인혁 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동료 간호사가 대신 깨주는 컵으로 속을 푸는 것뿐이다. 오로지 의사라는 자부심 하나로 응급실을 진두지휘하는 최인혁 교수와 “의사라고 할 수 없는” 이민우(이선균)는 같은 목표를 향해 경쟁하듯 달려가는 라이벌이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전혀 상반된 신념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꽤 신선한 대립구도다. 주로 냉정한 실력파 의사와 열정만 앞세우는 새내기 의사와의 갈등을 그린 기존 의학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가장 방심해서는 안 되는 응급실, 그 안에서 가장 완벽한 의사와 난생 처음 죄책감과 책임감이 뒤섞인 무서운 감정을 느낀 미완성의 의사가 함께 일하게 된다. 다소 어수선한 연출과 불분명한 대사 전달력만 보완된다면, MBC 이나 SBS 와는 또 다른 고달픈 의학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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