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 이게 토론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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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줄 요약
진행자인 백지연은 몇 번이나 말했다. 오늘의 토론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그러나 ‘레이디 가가 콘서트, 청소년 유해판정 적절했나’라는 주제를 옹호하는 패널은 공연 등급 심사, 혹은 공연 예술 전문가가 아닌 목사였으며 레이디 가가에 대한 비판은 일반의 상식과 논리가 아닌 특정 종교의 교리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니 이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 종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발 빠르게 최신의 이슈를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순발력이 돋보였으나 그것을 소화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방송이었다.

Best or Worst
Worst: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 주제의 한계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어제의 방송은 일종의 ‘끝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주제를 토론의 테이블 위로 가져왔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건설적인 것은 아니다. 믿음과 논리라는 두 진영의 가치는 결코 화합하지 못했고 동어반복을 통해 토론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패널들을 격앙시키는 데는 성공 했으나 그 에너지를 사용할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각자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로 삼으면 된다는 백지연의 말과 달리, 이러한 방식의 토론은 좋지 못할 뿐 아니라 다분히 유해하기까지 하다. “레이디 가가 공연을 찬성하는 의견만큼이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 역시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는 조희문 교수의 주장은 결국 같은 방식을 통해 “동성애에 반대할 자유”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논의이며, 방송은 이러한 차이를 기민하게 짚어내는 데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를 토론 쇼의 일부로 소비해 버림으로써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사람을 혐오하고 부정할 자유는 과연 현대 사회에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이것은 과연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인가. 누구도 레이디 가가에 대한 진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으며, 공연 등급 심사에 대한 건설적인 합의도 제시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동성애를 둘러 싼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어록만이 남았다. 이 방송에서 레이디 가가의 공연보다 밝고 건전한 부분을 찾기란 불가능할 따름이다.

동료들과 수다 포인트
–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확신을 가진 분은 어버이의 마음으로 제가 고칠 수 있게 좀 도와드리고 싶네요. 제가 이렇게나 관용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 여보, 황진미 평론가 댁에 죽염 좀 놔 드려야겠어요. 성대가 아마 많이……
– 말다툼에 지쳤을 때는 반목청정곡인 레이디 가가의 노래를!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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