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자격>, 부끄럽지 않을 자격이 충분한 수작
, 부끄럽지 않을 자격이 충분한 수작" /> 마지막 회 JTBC 목 밤 8시 45분
첫 회에서 상진(장현성)은 말했다. “인간 딱 두 부류야. 갑과 을.” 하지만 그 두 부류 인간 위엔 “갑 중의 갑, 슈퍼갑”이 있었다. 아내 서래(김희애)에게도, 직장 여직원과 아래 직원들에게도 늘 갑으로서 거들먹거리던 상진은 마지막 회에서 “형님하고 저하고는 입장이 다르다”며 최종 보스로서 싸늘한 괴물성을 드러내는 “슈퍼갑”의 실체에 망연자실한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는데도 시댁의 “하명”을 따라야 하는 명진(최은경)도,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서 혼자 빠져나간 현태 때문에 구속된 지선(이태란)도 결국 “슈퍼갑” 앞에서는 또 다른 ‘을’일 뿐이었다. 은 줄곧 우리 사회 계급재생산의 가장 큰 책임은 최상위층을 모방하며 그 시스템에 적극 협조하는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있음을 비판해왔고, 결국 그들 모두에게 자멸과 같은 결말을 선사하면서 우리 안의 속물성에 경종을 울렸다.

반면 그 시스템에 투항하지 않고 갑과 을의 관계를 떠난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했던 서래와 태오(이성재)에게는 평온한 휴식 같은 결말이 주어졌다. 그동안 둘의 사랑은 불륜이었기에 흔들리는 통통배, 유람선, 자동차처럼 늘 이동하는 공간에서 위태롭게 진행되었으나, 마지막 회에서 그들은 비로소 한 집에 정착하며 행복한 일상을 누린다. 하지만 서래도, 우리도 이것이 결코 종착역이 아님을 알고 있다. 오히려 이 꽉 찬 결말은 바로 전의 결이(임제노) 반 학생의 자살로 인한 교실의 빈자리와 아프게 대비된다. 서래와 태오는 시스템 밖의 삶을 힘겹게 선택했지만 아직 결이는, 우리의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정글 안에 쓸쓸히 남아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지막으로 힘주어 이야기한다. 이 현실이 아프다면 분노에 그치지 말고 선택을 하라고. 그 선택이 비록 ‘투표는 제대로 하자’와 같은 직설적인 구호라 해도, 은 그것이 부끄럽지 않을 자격이 충분한 수작이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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